1~100만원 작품 벌써 18점 판매…별 호응 없던 전북아트페어와 대조
지난 7일 오후 1시 전주 한옥마을 내 태조로 쉼터에서 열린 '제1회 전주 한옥마을 아트페어 - 청년작가 미술장터 Yaaf'(Young artist art fair). 서양화가 김가혜씨(30·군산대 대학원 조형예술디자인학부)는 그간의 작품을 노트북을 담아 관람객들을 맞고 있었다. "직접 올라가서 보셔도 돼요." 가까이 다가간 캔버스엔 붓 끝으로 끊임없이 찍어낸 나비가 있었다. "자세히 보시면 몸통은 파리에요. 흉물스럽고 지저분한 모습의 파리에 나비 날개를 붙여줬더니, 정말 나비가 되더라고요. 우리가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사는가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맞은 편 한국화가 이보영씨(27·전북대 대학원 미술학 박사과정)는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 사는 현대인들의 삭막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기린을 통해 따스함을 전하는 작품을 내놨다. 이씨는 "계속 아파트를 작업해오다 자연과 접목시킬 소재를 찾았더니, 기다란 기린 밖에 안 떠올랐다"면서 수줍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림을 둘러보던 관람객들은 작가들의 이같은 설명에 귀를 기울이면서 사고 싶은 작품을 '찜'해뒀다.
작가들이 개인전을 통해 아무리 좋은 작품을 내놔도 관람객들이 전시장에 오지 않으면 말짱 '꽝'이다. 관객들과 폭넓게 소통해야 진짜 좋은 작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게 바로 아트페어. 밝고 화사한 색채, 때론 일러스트 같은 젊은 감수성이 살아있는 작가 14명, 단체 2곳이 한옥마을 아트페어에 내놓은 소품 가격대는 1만원~100만원. 접근성·가격 면에서 문턱이 낮아진 아트페어 덕분에 벌써 18점이 팔린 상황이다. 서양화가 장우석씨(31)는 "솔직히 관람객들이 얼마나 올까 반신반의했으나, 관람객들이 너무 많이 보고 가서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작가들끼리 내년에 꼭 다시 오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좋은 취지의 사업에도 불구하고 과연 전주문화재단이 직접 나설 일인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다른 장르에 비해 더 열악한 회화 부문에 관한 재단의 지원이 간과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재단이 직접 아트페어를 열기 보다는 다른 단체에 간접 지원을 해 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는 게 더 타당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반면 전북미협이 매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어온 전북아트페어가 관람객으로 보나 작품 판매로 보나 '흉작'이었다는 점에서 이같은 역할을 해야 할 미협 단체에게 한옥마을 아트페어를 믿고 맡기기 어렵지 않느냐는 반론도 타당해 보인다. '그들만의 잔치'도 못 된 이벤트성 전북아트페어가 작지만 젊은 작가들을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는 미술장터로 시도된 한옥마을 아트페어를 보고 쇄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한옥마을 아트페어에 코디네이터로 참여한 심홍재씨는 "내년에는 현장에서 뛸 수 있는 인력들을 토대로 한 전담조직이 좀 더 일찍 만들어져 아트페어가 체계적으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한옥마을 아트페어는 10일까지, 2차 전시는 12일부터 14일까지 태조로 쉼터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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