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심 재생 취지…젊은 작가에 임대료 지원…전북, 인프라 척박한 곳 인위적 추진 삼가야
부산의 원도심 중앙동·동광동 일대는 6·25 피란민들이 피란을 와 둥지를 튼 곳. 부산문화예술연합회가 부산시에 제안하면서 시작된 '또따또가'는 2010년 문화예술의 향기를 입혀 원도심을 재생하자는 취지로 첫 발을 내디뎠다.
'또따또가'는 문화적 다양성을 뜻하는 프랑스어 '똘'레랑스(tolerance)와 '따'로 활동하지만 '또' 같이 활동한다는 의미를 담은 한글에 거리를 나타내는 한자 '가'(街)를 합성한 말이다. 중앙동 40계단 주변 빈 건물 13곳(21개 명칭)을 빌려 2509m²(약 760평) 규모의 43곳에 작업실을 꾸린 '또따또가'는 예술가만의 단절된 창작공간이 아니라 시민들과 소통해나가며 만들어가는 문화공간을 조성 중이다. 미술창작 공간부터 문학 집필실, 독립영화갤러리 디렉터리 존, 소극장, 인문학센터, 수공예창작 공간, 전통예술아티스트센터, 청년인디창작공간, 갤러리, 무대예술트레이닝센터, 문화여행정보센터까지 공간 구성은 다양하다. 지역의 40세 미만 젊은 예술가들로 구성된 작가들은 '공간대표자회의'를 꾸리고, 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를 통해 386명(예술가 48명·예술단체 333명)의 입주 작가들은 주민들과 소통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시가 운영지원센터를 통해 지난 3년 간 투입한 예산은 4억(2010~2011), 3억5000만원(2012). 예산은 각종 작업실 운영을 위한 임대료 외에 운영지원센터의 인건비·사업비 등으로 충당된다.
'또따또가'의 시도가 의미있게 평가되는 것은 예술가만을 위한 단절된 창작공간이 아니라 예술가들이 지역 주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서다. 미술가와 지역 주민이 함께 동판 작품을 만들어 수공예품 가게 입구를 장식하는가 하면, 작가들이 일대 인쇄 골목에서 인쇄 과정을 배우고 그 느낌을 예술작품으로 내놓기도 하며, 작은 도서관 살리기 등과 같은 문화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한 세미나·포럼 등까지 이어진다.
'또따또까'의 성과 이면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올해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건물주와의 재계약 문제다. 운영지원센터는 당초 침체한 원도심을 문화로 살리자고 몇몇 건물주를 설득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혹은 보증금 없이 공간을 빌렸다. 그러나 작가들이 임대료를 부담할 만큼 자생력을 갖추지는 못한 상황. 결국 시는 내년부터 3년 동안 임대료 50%를 지원키로 했다.
전북도가 추진 중인 문화예술의거리 조성사업의 성패는 각 지역별 구간이 문화적 인프라를 갖춘 곳인가에 면밀한 점검과 함께 지역 예술인들의 협조를 이끌어내 시민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 기획 여부에 따라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주의 경우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했던 동문거리 일대(갑기원~농협·새누리당사)에 입주한 작가들이 이미 있는 데다 헌 책방들이 밀집돼 있던 골목이었다는 점, 익산의 경우 일제 근대문화유산이 남아 있는 중앙동 일대(황해사~구 이리극장)라는 점에서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개복동에서 장미동으로 구간 변경을 요구받은 군산, 광한루 등과 같은 관광지와 연계해 추진할 남원은 인적·물적 문화 인프라가 척박한 곳에 선정 돼 지자체가 인위적으로 예술의거리를 조성하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자체의 예산 확보도 사업의 성패를 담보하는 중요한 요인. 창작공간을 매입이 아닌 임대로 할 경우 초반에 입주했던 작가들이 훌쩍 뛴 임대료를 감당하기엔 무리가 많기 때문이다. 김희진 또따또가 운영지원센터장은 "장기적으론 건물을 사들여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가장 최선의 대안은 충분히 검토해 천천히 추진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