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관념을 언어로 낚아채 시적 표현으로 밀고 나가는 능력이 돋보였다.
'검은 줄'은 '파업이 길어지고 있었다//주머니엔 말린 꽃잎 같은 지폐 몇장/만지작거릴수록 얇아졌다'로 시작되는 시의 첫머리처럼 우리 시대의 아픈 '파업 현장'을 다루고 있는 작품인데, 기왕의 사실주의 시들의 상투적인 표현을 벗어나 현실을 다루면서도 시적 주체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숙고 끝에 우리는 언어의 날카로움이 살아있는 '닭' 대신 오늘의 사회 현실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검은 줄'을 당선작으로 뽑는 데에 합의했다.
같이 응모한 다른 작품에서도 보이지만 '닭'의 시인은 그 건강한 농경정서가 자칫하면 익숙한 농촌시들의 복제에 기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깨끗이 씻어버리기에 아쉬운 표현들이 많이 눈에 띈 반면, '검은 줄'은 파업현장을 다루면서도 거기에도 끼지 못하는 '특수고용자'로서의 신분이 뚜렷이 부각된 시구 '어디에도 속하지 않으므로/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 같은 표현이 보여준 바대로 주체와 현실의식과의 시적 긴장이 앞의 작품보다 조금 더 우위를 차지한다고 판단되었다.
이밖에도 선자들의 눈을 끈 작품은 '보랏빛 선글라스'(문화영), '연잎 정자에 초대하다'(이정희) 등이었음도 밝혀둔다. '닭'의 시인에겐 정진을, 그리고 당선자 김정경씨에겐 축하를 보낸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