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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한석규 "지금이 연기하기 참 괜찮은 나이"

 

"스스로 느껴요. 연기하기 참 괜찮은 나이구나,좋은 무대에서 하고 싶다. 그런 생각 많이 합니다."

 

배우 한석규(49)가 돌아왔다. '은행나무 침대'(1996), '초록물고기'(1997), '넘버 3'(1997), '접속'(1997), '8월의 크리스마스'(1998), '텔 미 썸딩'(1999), '쉬리'(1999)까지 관객을 몰고 다니던 배우다. 그의 작품들만으로도 한국영화사를 쓸 수 있을 정도로 1990년대 충무로에서 그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이어 2000년대 들어 10년간 그는 꼭 10개 작품을 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90년대만큼 뜨겁지는 않았다. 그러다 2011년 그의 연기가 다시 대중의 마음에 정확히꽂혔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또다른 세종의 모습을 보여준 TV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였다.

 

이후 다시 스크린에 돌아온 그는 '베를린'에서 더 편안해 보였고 개봉을 앞둔 최근작 '파파로티'에서는 말 그대로 '살아있는' 연기를 보여준다. 대중이 사랑한한석규의 매력이 오래된 장맛처럼 더 깊고 그윽해진 느낌이다.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에 출연하고 몇 년 만에 언론과 마주한 모습도 새롭다.

 

6일 소공동 한 호텔에서 만난 그는 말보다는 연기로 대중과 소통하고 싶었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서 (인터뷰한 것을) 돌아보면 그게 후회된다고 할까요. 나는 늘 좀달라져 있는데, 그때그때 했던 이야기들이 뭐랄까, 덧없다고 해야 하나. 배우들은 말로 하는 직업이 아니고 몸으로 하는 직업이니까요. 인터뷰나 예능을 한다고 (대중과) 친숙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뿌리깊은 나무' 같은 작품을 통해 새로운 관객이 생겼을 수 있고 그게 소통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해요. '뿌리깊은 나무' 끝났을 때 인터뷰 요청이 제일 많이 들어왔는데, 인터뷰를 하면 또 세종이 어떻고연기가 어떻고 주절주절 미사여구를 늘어놓을 것 같아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저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자신이 '연기'에 관해 어떤 생각을 해왔는지를 얘기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 연합뉴스

 

앉으나 서나 연기와 영화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 찬 '천상 배우'의 모습이다.

 

"이젠 더 뭘 보여 드릴까 싶은데, 어느 때부터인가는 사람들에게 뭘 보여준다기보다 그냥 내가 느끼고 싶어서 하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지저스 크라이스트'를보며 느낀 그런 것들을 내가 다시 느끼고 싶은 거죠. 연기하면서, 또는 결과물을 보면서요."그런 변화의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물었다.

 

"대충 생각해보면 45세 정도 될 것 같아요. 사람들이 얘기하듯 2000년대 들어서(영화가) 잘 안 되고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 그렇죠, 뭐. 좀 안 되고 그러니까…. 그럼 그런 기간 없이 계속 승승장구했다? 그랬으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했겠죠. 그런데 그런 건 없잖아요. 그만큼 나빴기 때문에 그만큼 좋았고, 지금 좋다면이만큼 나쁜 일이 또 생기겠죠."그는 배우에게 있어 중년이 가장 좋은 나이라고 했다.

 

"육체와 정신의 밸런스(균형)가 가장 좋은 게 45세인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도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70대가 되면 또 그에 맞는 역할을 하면 되겠죠. '은교'를 보면서 70대 배우가, 돌아가신 장민호 선생님이 그 노교수 역할을 하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한 관객으로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요. 언젠가 나이가 들어 그런 역할이 주어진다면 하고 싶죠."그는 지금까지 연기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작품으로 '8월의 크리스마스'를 꼽았다. 역시 연기에 관한 깊은 고민이 담긴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연기를 안 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한 건데, 지금 하면 더 잘할 것 같아요. 당시는 그 생각에 빠져서 (인위적인) 연기를 안 하려고 했는데, 안 하려고 하면 할수록 또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환장하겠는 거예요. 그래도 결과물로는 참 좋았죠. 현장의 모든 사람이 저와 같은 생각으로 똘똘 뭉쳐서 했고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촬영, 조명 스태프 모두 전혀 인위적인 것 없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심)은하는 촬영 첫날 테이크가 20번 넘게 갔는데, 결국 울었어요. 손톱을 깎는 장면 찍을 때는 유영길 촬영감독님이 툇마루에 들어오는 햇빛의 광선이 언제가 가장 좋은가를 하루 내내 관찰하고 3시20분경이 제일 좋다고 해서 그때 맞춰 찍었죠. 그렇게 촬영한 작품인데, 그런 것들이 모여서 관객이 느끼는구나 싶어요. 영화가 그래서 힘든 것 같아요. 하나하나의 완성으로 전체가 이뤄지니까 타협하지 않고 완성시켜야죠.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흥행을 떠나 분명히 남는 것 같아요."이번 작품 '파파로티'에서는 그렇게 공들인 장면으로 그의 피아노 반주에 맞춰 주인공 '장호'(이제훈)가 '네순 도르마'를 열창하는 장면을 꼽았다.

 

"그 장면을 찍으려고 이 영화를 만든 거죠. 준비도 많이 했고요. 제훈이는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겠어요. 저는 다행히 악기 중에 티 안 나는 피아노 연주라서 덜했지만, 그 장면이 중요하다는 걸 아니까 신경을 많이 써서 했죠."그가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받은 건 '뿌리깊은 나무'를 찍던 초반쯤이었다.

 

"이야기가 좋았어요. 소위 말해 '주제'란 것이요.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고 꿈을 찾는 얘긴데, 전 그런 얘기가 참 좋아요.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자기를 던지는 삶. '음란서생'도 그래서 좋았거든요. '파파로티'에서 제가 맡은 '상진'은 제자를 통해 그걸 이루는 사람이고 제자 '장호'는 인생에서 어떤 선생님을 만나 그 꿈을 이루는 이야기예요. 소재도 음악이 들어가고 그래서 좋았죠."원래 시나리오 초고에서는 그가 맡은 '상진' 역시 경상도 사람이고 사투리를 쓰는 인물이었단다.

 

"제가 아직 사투리 연기를 한 적이 없잖아요. 완전 서울 토박이라서. 내가 사투리 연기를 하면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해요. 언젠가 그런 무대를 꼭 한번해보고 싶은데, 이번 영화에선 모든 사람이 경상도 사람인 것보다는 서울 사람이 시골에 내려온 설정이 더 낫지 않을까 해서 제작사 대표님께 얘길 했죠."그는 이번에 호흡을 맞춘 후배 이제훈에 관해 "가장 큰 장점은 진솔함"이라고 평했다.

 

"'고지전'과 '건축학개론'을 보면서도 느꼈는데, 그건 관객이 읽어내려고 해서 읽는 게 아니라 보면서 그냥 느껴지거든요. 그래서 연기에 솔직하고 우직하게 접근하는 게 엄청 중요해요. 나머지는 나이 먹어가면서 틀림없이 좋아질 거예요."최근 개봉한 '베를린'처럼 남북을 소재로 한 작품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도 했다.

 

"어떤 장르든 남북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또 하고 싶어요. '타인의 삶' 같은 그런 식으로 접근해도 좋을 것 같고. 남북을 소재로 한 영화가 많을 필요는 없지만, 아직은 적은 것 같아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여자' 같은 것도 우리나라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겠다 싶고요. 영화를 보면 자꾸 그런 식으로 대입을 하게 되네요. 대한민국만큼 (영화) 소재가 많은 나라가 있을까요? 월남전쟁, 구한말 등등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그가 생각하는 연기의 이상향은 아직도 먼 듯했다.

 

"연기는 나에게 그런 일이에요. 어렵고도 그래서 또 재미있고 늘 한계를 느끼고. 요즘 하고 있는 연기도 마음에 안 드는데, 그래도 골프에 비유하자면 한 라운드 끝내고 두 번째로 넘어가는 느낌이에요. 앞으로 더 잘 하겠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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