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 보강은 꾸준히 … 오디션은 깐깐하게
관립 문화예술단체가 발전하기 위해 세 가지 조건이 뒤따른다. 좋은 단원, 좋은 지휘자, 좋은 집이다. 이 중 전북도립국악원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은 단원 충원과 전용 공연장 확보다. '관립 문화예술단체, 활로 찾기'에서는 전북도립국악원처럼 공무원 호봉제를 시행하는 경북도립국악단·대전시립연정국악단을 살펴봤다. 예술단 설립 배경·규모 등이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지만 단원 보강·전용 공연장 요구 등과 같이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는 다른 지역의 예술단이 당면한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가는지 참고가 될 것 같다.
△ 경북도립국악단 = 경북도립국악단은 지난해 창단 20주년을 맞아 브랜드 공연'처용의 꿈'을 올렸다. 9억을 투입해 야심차게 만든 무용극은 안팎에서 호평을 받아 올해 11억이 더 투입 돼 해외·지역 순회 공연으로까지 이어졌다. 벌써 6월까지 60회를 빡빡하게 소화했을 정도. 매년 80회를 웃도는 공연 일정을 소화하는 경북도립국악단은 평균 정기공연 6회·기획 공연 4회 외에 23개 시·군 찾아가는 음악회만 30여 회가 넘는다. 유치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예술단이 직접 찾아가는 국악 교실도 활성화 돼 있다.
이처럼 경북도립국악단이 브랜드 공연 이전에 찾아가는 시·군 공연에 열을 올리는 데에는 그만한 '속사정'이 있다. 국악 애호가인 김관용 도지사 덕분이다. 예술단을 적극 활용해달라는 경북도립국악단은 대신 행정에 힘껏 지원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그 결과 지금껏 60여 명에 불과하던 국악단이 지난해 조례 개정으로 단원을 최고 90명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무용단 12명, 관현악단 3명, 사무국 1명이 보강된 것. 국악단은 대신 오디션 강화를 수락했다. 상임단원도 실력이 떨어지면 비상임단원이 되고 월급도 차등 지급되는 방식. 국악단은 '강등'이라는 채찍 때문에 내부 반발도 예상됐으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서로 노력하자는 쪽으로 합의했다. 국악단 측은 "노조가 없기 때문에 예민한 사항이 불거져도 행정과 대립각을 세우기 보다는 조율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했다. 그 결과 지난해 오디션에서 상임 단원 3명이 비상임단원이 됐고, 3개월 뒤 다시 오디션을 치러 상임단원이 됐다.
전용공연장 확보도 걱정하지 않고 있다. 경북도청이 2015년까지 건립할 예정인 신도청사 내에 예술단 연습실과 공연장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 대전시립연정국악단 = 올해 창단 31주년을 맞는 대전시립연정국악단(이하 연정국악단)의 요구는 두 가지. 단원 충원·전용극장 건립이었다. 지난해 조례 개정으로 당초 60명에서 110명까지 보강할 수 있게 됐고, 전용극장은 건립 중이다. 오랜 숙원이 결실을 맺게 된 데에는 2011년 연정국악단 단장(시장) 외에 신설된 부단장(관장)에 창단 멤버였던 손인술씨가 부임하면서 분위기가 전환돼서다. 손 관장은 행정 관료 출신이나 문화행정을 전담해와 시와 소통이 잘 되는 데다 30주년을 맞아 활성화 전략이 요구된다고 시에 적극 피력했다. 그럼에도 단원들은 꾸준히 보강 돼 왔다. 2009년 63명, 2010년 65명, 2011년 72명, 2012년 74명, 2013년 77명. 이에 따라 운영 예산도 45억여 원(2009~2010), 47억여 원(2011), 49억여 원(2012), 52억여 원(2013)으로 점차 증가됐다.
공연 횟수는 매년 평균 80여 회. 아직 대표할 만한 브랜드 공연을 기획하지 못했으나 2011년부터 오디션 강화로 국악단 체질 개선이 시작됐다. 단원들이 공무원 대우를 받다 보니 예술단의 기량이 저하 돼 성과 중심 보수 체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된 것. 유완식 연정연주단 사무장은 "블라인드 테스트로 강화된 오디션을 하고 있다. 그래서 수석 단원이 평단원으로 강등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하지만 월급 체계는 변동이 없기 때문에 체질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대전시가 450억을 들여 대극장(753석), 소극장(390석)을 갖춘 전용극장 신축과 관련해 연정국악단은 그러나 시와 미묘한 신경전을 펴고 있다. 엑스포 시민광장을 연습실로 쓰던 국악단은 연주단을 위한 공연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전시는 국악단에 극장을 온전히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한 것. 하지만 연정국악단 측은 노조가 없기 때문에 행정과의 조율은 비교적 쉬울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전용극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습실은 물론 브랜드 공연을 기획하기 위한 공연장 확보는 가능할 수 있다고 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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