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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김제 치문초 - 민족사학 출범…항일운동으로 3번 학교 폐쇄 수난

교정에 신익희 선생 친필 휘호 비석 / 김문식·김신기·이남택 교육계 인물 배출

▲ 1946년 익산을 방문한 백범 김구(앞줄 가운데 흰 옷)와 학교 설립자 손자(김병기 전 치문초 교장·앞줄 왼쪽 첫 번째)가 함께 찍은 기념사진.

△학교가 걸어온 길

 

김제 치문초등학교(교장 강호현)는 1908년 설립된 사립 신명학당이 모태이다.

 

설립자 치문 김장호는 일본의 대한제국 주권 침탈이 가속화하고 있는 당시'민족혼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대에 주체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를 교육목표로 삼았다.

 

이 같은 시대 정신은 이후 면면이 학생들에게 내려왔다.

 

학교 설립 초기에는 같은 지역 김해 김씨 종중의 경제적 보조로 운영됐고, 설립자 김장호가 자신의 농지를 학교 재단에 편입시킨 후에는 매년 발생하는 소작료 수입으로 학교를 운영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내내 일본 당국의 경제적 지원을 일체 받지 않고 학교를 운영하면서, 우리 문화·전통을 지키는 데 일조했다.

 

학교는 1910년 한일강제병합 당시 일시 문을 닫기도 했다.

 

이후 1919년 3·1운동에 학생들이 관여했다는 이유로 폐쇄조치되는 아픔을 겪기도 하는 등 학교 역사는 우리 민족의 수난사와 길을 같이 했다.

 

일제의 강압통치가 기승을 부리던 1943년에는 당시 한 5학년 학생이 일장기를 찢어 일제경찰에 연행되기도 하였고, 같은 해에는 만경강 제방 위 호남선 철도에서 고정용 못 50여 개를 뽑은 혐의로 서슬퍼런 헌병들과 고등계 형사들에게 담임교사를 비롯해 학생 30여 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1944년에는 급기야 반일, 항일 사상교육으로 담당교사와 학교장이 해임되면서, 세 번째로 문을 닫기도 하는 등 시련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광복과 함께 다시 학교는 문을 열었고, 1978년 설립자 후손들이 학교 재산을 국가에 헌납한 후 공립치문국민학교로 인가를 변경,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민족 자주성 회복 및 독립 실현이라는 시대 정신에 바탕을 둔 이러한 활동은 당시 독립운동가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설립자 김장호의 손자인 김병기는 광복 이후 신익희, 백범 김구 등과 교분을 쌓으며 학교 존속 및 미래와 우리 민족이 나아길 길에 대해 줄기차게 논의했다.

 

이런 인연을 보여주는 각종 사진자료와 함께 1955년 교정에 세워진 신익희의 친필 휘호 비석이 이를 증명한다.

 

한편 올해 100회 졸업생을 배출한 학교를 거쳐간 학생은 현재까지 모두 4533명이다.

 

△학교를 빛낸 인물

치문초 출신은 학계·교육계에 두루 포진했다.

 

대표적 인물로는 김문식(20회) 전 서울대 명예교수가 꼽힌다.

 

그는 한국 농업에 영향을 미친 100인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농업경제학의 발전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채정묵(34회) 전 서울시교육위원회 의장은 서울시교육청 관리국장 등을 지내면서 교육환경 개선 및 교육의 질 제고에 힘써왔다.

 

김신기(47회) 전 전북대 교수는 전북칼라특화사업단장을 재직 기간 '칼라꽃'대량 생산을 통한 농가소득 확대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칼라꽃'은 1970년대 익산 팔봉 화훼단지에서 처음으로 재배를 시작해 1990년께 수출을 시도했으나, 하자가 발생해 한동안 국내시장에만 한정적으로 공급됐다. 현재는 꽃 재배에 필요한 최적의 토양과 시설 환경 조건 등을 연구한 끝에 조직한 배양으로 우량 구근을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돼 일본 수출길이 열렸다.

 

이남택(52회) 고려대 교수는 육사 31기 출신으로 1989년 美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유전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육사에서 33년 간 생도교육에 헌신했다.

 

재직 기간에는 교학과장, 평가실장, 화랑대연구소장 등 보직을 겸직해 학교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특히 평가실장 재직 시에는 육사 입시전형에 최초로 인터넷원서 접수 방법을 도입, 응시인원의 파격적 증대 및 우수자원 획득에도 일조했다.

 

또한 유전공학 및 화생방 방호 분야에서 다양한 학문연구에 힘써왔다.

 

이와 함께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화학무기금지기구(OPCW)에서 한국 정부 대표로 활약했으며, BioDefense Forum 회장 및 화랑대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최주환(57회) 한국사회복지관협회장은 사회복지관 종사자 처우개선, 주민공동체 발전을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송대 겸임교수이기도 한 그의 주요저서로는 '사회복지사가 꼭 알아야할 35가지'가 있다.

 

언론계에서는 유은걸(43회) 전 서울신문 연구위원, 채희묵(52회) 코리아타임즈 논설위원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도약을 위한 노력

▲ (왼쪽부터)1939년 치문초 26회 졸업생 기념사진, 1955년 세워진 독립운동가 신익희 선생의 친필 휘호 비석, 1982년 운동회 모습.

현재 전교생이 41명에 불과한 치문초는 '창의·인성교육 강화'를 교육목표 삼고, 적극적으로 학생 유치 활동에 나서고 있다.

 

구체적 실천목표로는 △학생주도 학교문화 조성 △다양한 체험활동 실시 △스포츠로 풀어가는 인성교육 △개성과 소질 계발하는 방과후프로그램 등이 있다. 독서의 생활화를 위한 도서실 기본시설 정비, 필독도서 선정 구입, 도서 수시 대출 시스템 등 제반 시스템을 완비했다.

 

다양한 독서논술 행사도 실시하고 있다.

 

독서표현대회, 독서 골든벨, 독서만화·표어 제작 등이 그것.

 

또한 이번 여름방학을 맞아 무료로 운영되는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개설, 학생 및 학부모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프로그램은 원어민 영어교실, 온라인 독서프로그램, 과학·미술교실, 승마체험 등으로 방학 동안 학생들의 특기·적성 계발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강호현 교장은 "비록 작은 학교이지만 도시학교 못지 않은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며 "민족혼이 면면이 내려온 학교의 전통을 유지·계승하는 동시에 지성과 감성, 꿈을 갖춘 참 인재를 육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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