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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립 문화예술단체 활로 찾기 ⑦ 서울·대전 시립미술관 사례

대관에만 머물지 않고 굵직한 기획전 계속 / 지역미술 자생력 키우는 레지던스 특화도

스페인의 쇠락한 공업도시였던 빌바오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분관을 유치한 뒤 세계의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문화도시가 됐다.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까지 커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닮고 싶어하는 사례"부터 "세계적 미술관 중 가장 친대중적이어서 홍보하기도 좋다"는 평가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미술관처럼 비춰진다. 이처럼 잘 지은 미술관 하나가 두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곳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는 한국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만들겠다는 의욕적인 구호가 아닌 인력과 예산, 장기적 비전 등이 갖춰져야 가능할 것이다. 서울시립미술관·대전시립미술관을 통해 그 지역의 토양과 문화적 맥락을 어떻게 엮어가는지 살펴보았다.

 

△ 기획력 발휘되지 않은 블록버스터급 전시는 'NO'= 서울시립미술관이 국내 최초 고갱 회고전'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 이후'를 열고 있다. '고갱의 3대 걸작'을 모아낸 이번 전시는 인간 본질에 천착한 고갱전을 국내 최초로 가져왔다는 호평과 외부 기획자의 힘을 빌려 현대미술전을 연계시켰으나 맥락없이 연결 돼 억지스럽다는 혹평이 엇갈리지만 대관만 하지 않고 자체 혹은 외부 기획력을 활용한 미술관 측의 고심이 반영된 전시다.

 

서울시립미술관·대전시립미술관이 대형기획사에 의존하지 않고 미술관 기획력을 발휘해 블록버스터급 전시를 열고 있는 것은 대관 장사만 하지 않겠다는, 공립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에 관한 고민의 연장선이다.

 

일단 서울시립미술관은 예산·규모 면에서 전국 공립미술관 중 맏이 격. 올해만 봐도 86억 안팎의 예산으로 서소문본관을 포함한 경희궁미술관, 남서울미술관, 북서울미술관 등 전관에서 10회 정도 기획전을 치른다. 여기엔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1~2회 포함된다.

 

그렇다면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은 전시는 무엇일까. 1위는 '불멸의 화가-반 고흐'展(81만 6000여 명), 2위는 '행복을 그린 화가-르누아르'展(61만 5000여 명), 3위는 '색채의 마술사-샤갈'展(55만여 명), 4위는 '팀 버튼'展(46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2007~2008년에 열린 '불멸의 화가 : 반 고흐전'展은 대관에 그친 반면 서울시립미술관·뉴욕현대미술관 등이 공동 주최해 아시아 최초로 연 '팀 버튼'展은 미술관이 그간 열어온 관행적인 전시 틀을 탈피해 영화를 접목시켜 동시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홍희 관장이 미술관 미래상으로 제시한 '포스트 뮤지엄'(post-museum) 일환으로 탈관행적, 탈제도적 기획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대전시립미술관의 역대 최고 관객몰이를 한 전시는 2011년에 열었던 '모네에서 워홀까지'. 이는 인상주의에서 팝아트에 이르는 서양미술사 거장 82명의 작품 114점을 소개한 대형 특별전으로 1900년 이후 100여 년간 근·현대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살필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됐다.

 

이처럼 대전시립미술관도 블록버스터급 전시가 관객들을 불러모으는 데 성공하고 있으나 중요한 것은 자체든 외부 기획력을 활용해 대관만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을 특화시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더 많이 모으려는 노력도 눈에 띄는 대목. 지역아동센터·원도심 아이들이 미술관에 올 수 있도록 차를 지원해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미술관 일일체험교실'은 물론 전시·교육을 연계한 프로그램까지 1년에 70여 회나 운영된다. '미국 미술 300년'展과 관련해 어린이들의 우수 감상평에 선물을 주는 이벤트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소장품전, 열린미술관전, 청년작가전 제외한 6회 정도 열리는 현대미술 기획전 예산은 올해 2억1000여 만원에 그친다. 지역 공립미술관으로서 버텨내야 할 생태계는 어디나할 것 없이 척박해 보인다.

 

△ 창작스튜디오로 작가 양성·신선한 기획전까지= 두 미술관의 창작스튜디오는 도심 재생의 일환으로 출발해 비엔날레를 연계시키는 방식까지 비슷하다. 서울시립미술관이 2006년 문을 연 난지창작스튜디오는 상암동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사이의 침출수 처리장의 관리동을 미술작가의 창작스튜디오 겸 전시장으로 개조한 것. 서울시립미술관이 열고 있는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처럼 대안미술을 위해 마련된 이곳은 30개 스튜디오를 확보해 국내 작가 중심으로 운영됐으나 국제 레지던시로 확장해 국내·외 미술 교류의 장으로 뻗어나갈 계획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측은 "매년 가능성이 점쳐지는 작가들의 경쟁률이 치열해져 지난해부터 나이 제한(만 40세 이하)도 없앴다"고 했다.

 

대전시립미술관이 2008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청지원을 리모델링 해 개관한 창작센터는 레지던스 공간은 아니지만 원도심 활성화 일환으로 실험적인 기획전이 열리는 공간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지난해 처음 연 비엔날레 '프로젝트 대전 2012: 에네르기' 관련해 이 창작센터를 활용해 국내외 작가들과 대전시의 생성과정과 도시개발에 따른 현재의 딜레마가 공존하는 동네의 변화를 예술로 보여주기도 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대전문화재단·카이스트와 MOU를 맺고 과학도시 이미지에 맞는 미디어아트를 특화시킨 레지던스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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