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상품화 치중보다 철학 중요 / 치유의 길 정체성 되살려야 지적
난개발 등으로 점점 훼손되는 지리산 둘레길의 정체성을 살려내기 위해서는 성찰과 치유의 철학을 갖춘 길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1일 '지리산 둘레길, 안녕하십니까?'라는 주제로 열린 (사)마당의 수요포럼에 참석한 김석봉 환경운동연합 전 대표는 "지리산 둘레길은 성찰과 치유의 길이었다. 하지만 어설픈 개발, 지역주민들의 자긍심 부족과 함께 단순히 교육·체력단련용으로 이용객들이 몰리면서 종합선물세트처럼 전락해 버렸다. 이래서는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없을뿐더러 둘레길이 가지고 있는 좋은 가치들이 사라지고 '놀고먹는 관광상품'이 되고 말 것이다"고 했다. 생명 평화 치유 등 기본적인 철학 없이 관광자원화 되면 둘레길을 지킬 수 없다는 주장이다.
최화연 지리산생명연대 사무처장도 "지리산 둘레길을 계획하면서 국립공원 안쪽으로는 연결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다. 수직적인 등산 문화에서 둘레를 걷는 수평적인 문화로 바꿔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케이블카 설치, 각종 지원사업 등 돈과 얽히고 나면 마을에 분란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인 다랭이논에도 어떤 분이 논두렁길에 임대를 줘서 포장마차와 비슷한 것을 설치했는데, 본래 경관이 훼손되는 게 마음이 아팠다. 이는 자연경관과 동 떨어지는 펜션 건축도 마찬가지"라며 둘레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펼쳐진 기현상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런 현상들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기원 (사)숲길 사무국장은 "여러 단체들이 주민들에게 둘레길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펜션 건축이나 땅 임대 등을 한다면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어떻게 보완해야 할까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둘레길에서 경관가치가 뛰어난 곳을 시민단체 등의 모금을 통해 매입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둘레길을 바라보는 자치단체장의 이중적인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석봉 대표는 "지방 정부는 둘레길은 하나의 관광상품이고, 케이블카나 댐은 별도의 개발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댐이 들어서면 둘레길이 잠기게 되는 데, 둘레길 주변 경관 정비를 하는 예산은 계속 투입되고 있는 이상한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욱 전북환경운동연합 회원은 "자치단체장들은 국민에게 행복을 주는 게 목표다. 자기 표가 되는 것보다도 국민이 바라는 것을 실행해야 하고, 주민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둘레길이 가진 철학을 충분히 설명해야 한 뒤 이 길이 더 이상 훼손되기 전에 단기-중기-장기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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