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한땀 자수 외길 50년 "후진 양성에 여생 바칠 것"
"외래문화에 우리 것이 묻혀 흔적을 유지하기 어려운 이때, 전통자수가 버팀목이 되고 유지되도록 눈이 허용하고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자수를 계속할 것입니다."
손으로 놓는 수가 좋아서 70평생을 자수와 함께 살고 있다는 전통 고창자수 전수자 방정순(73·고창군 상하면 자룡리) 여사.
방 여사가 자수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10살 되던해 6·25전쟁을 맞아 외갓집(영광군 홍농읍 상하리 하봉마을)에 피신하여 살면서 부터다.
근동에서 수 잘놓기로 소문난 외할머니(故하봉산)와 친정어머니(故고산예)로 부터 자수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전통자수의 기법과 부족함을 수련하기 위해 1998년부터 故이학(전 문화진흥원장) 여사로 부터 사사 받았으며, 2006년부터 동국대학교 사회교육원 전통자수과(최고지도자 과정)를 4년 수료하고 5년째 연수중이다. 오직 자수만을 고집하며 70평생을 살아온 방 여사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 한다.
자수는 중국에서는 수문(繡文), 일본에서는 누이도리, 영국에서는 Embroider, 프랑스에서는 Broderie라는 어원을 가지고 전 시대를 걸쳐 풍속, 기후, 사회적 여건, 종교 등의 영향으로 다양하게 발전되어 왔다. 우리의 전통자수는 의복은 물론이며 병풍에서부터 방석, 상보, 주머니, 댕기, 버선 등에 수를 놓는다. 자릿수, 자련수, 평수, 선수, 징금수, 씨앗수, 사슬수, 가름수, 깃털수, 솔잎수, 접수, 이음수 등 자수기법도 다양하다.
"무명배 아홉쎄 배라하여 가늘게 실을 뽑아 짠 배로 거기에다 놓기 쉬운 들꽃부터 시작하여 베개수, 글자수, 골침, 퇴침, 수복침, 목단, 연꽃 등을 등잔불 밑에서 눈썹을 그을려 가며 수를 놓았습니다."
방 여사의 자수기법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전통기법으로, 본인이 손수 누에를 키워 실을 뽑고, 주변의 식물과 광물을 활용하여 염색을 하기 때문에 소박하면서도 자연스런 색상표현을 주는 특성을 갖고 있다.
자수의 특성상 대부분 도시지역에 집중되어 있는데, 방 여사의 자수는 작은 포구가 있는 전형적인 농촌에서 순박하면서도 섬세하게 만들어져 더 예술성이 높다.
자수에 대한 방 여사의 쉼없는 노력은 많은 결실을 맺었다. 전통공예 전국공모전 특선, 대한민국 황실공예전 특선, 전통공에 전국대전 특선 등 많은 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통공예협회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며 다수의 작품전을 개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다.
고창지역은 선사시대부터 자연의 혜택을 받아 살기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인지 나라에 공을 세운 공신들이 이곳에 많이 살아, 옷과 장신구는 물론 생활도구까지 품격높은 전통자수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그러나 산업화되면서 고창자수의 명맥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방 여사는 옛것을 지키기 위해 명주실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누에를 손수키워 작품에 사용하는 등 50여 년간 전통자수 그대로를 고집하고 있다.
"기회와 여건이 주어진다면 남은 여생 후진양성을 위해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는 그의 전통보존을 위한 소박한 꿈이 꼭 실현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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