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영상자료원이 발표한 한국영화 100선 중 10위 안에 눈길을 끄는 세 편의 영화가 있다. 6위를 차지한 ‘별들의 고향’(1974), 공동 7위에 오른 ‘바람불어 좋은 날’(1980), 공동 9위를 차지한 ‘바보선언’(1983). 모두 이장호(69)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영화사에서 열 손가락에 드는 작품을 세 편이나 만들 정도로 그는 1970~80년대를 대표했던 감독이다. 그러나 한동안 영화를 만들지 못했다. ‘천재선언’(1995)을 마지막으로 학교에서 교편을 잡거나 서울영상위원회를 이끌었다. 하지만 영화는 늘 삶의 화두였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은 결국 결실로 이어졌다.
전주대 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던 이장호 감독이 충무로에 복귀했다. 데뷔 40주년을 기념해 만든 20번째 장편영화 ‘시선’을 들고서다.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2013)이란 공동 연출작을 선보인 바 있지만 단독 연출은 19년 만이다.
‘시선’은 이슬람 국가로 선교를 떠난 기독교 선교단이 무장단체에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순교와 배교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약한 마음을 섬세하게 그렸다. 엔도 슈사쿠의 장편 소설 ‘침묵’을 모티브로 했다.
“그전에는 영화를 만들면서 사물을 보는 세계관이 부족했습니다. 20여 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그 내리막길은 감사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느끼면서 제 스스로 변화했습니다. 그 사이에 영화를 만들려고 굉장히 노력했는데 이뤄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정년퇴임도 하고 할 게 없는데, 다행히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프로젝트에 당선됐습니다. 일이 잘 풀릴 때가 온거죠.”
이장호 감독은 1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시선’의 상영회가 끝난 후 가진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50일간 캄보디아에서 영화를 촬영했다. 20년 가까이 영화를 찍지 않았기에동시녹음도 처음으로 진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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