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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디프렛’ | ||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국제경쟁에 포함된 10편의 영화는 저마다의 개성과 목소리를 선보인다. 이는 제3자의 색깔에 쉽게 묻혀버리지 않으면서도 적대적이지 않은 개성이다. 언뜻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모순의 논리구조를 연상시키는, ‘품어 안는’ 개성의 아우라와 ‘밀어내는’ 개성의 옴나위의 적절한 농도 조절로 안내한다. 특히 올해는 신진 감독들의 과단성 있고, 잘 다듬어지지 않은 작품 10편 가운데 중남이 영화의 약진이 도드라진다. ‘호텔 누에바 이슬라’와 ‘까사 그란데’, ‘공포의 역사’, ‘우물’은 쿠바와 브라질, 아르헨티나, 멕시코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사회·문화적 붕괴의 징후를 보여준다. 국제경쟁에서는 ‘내 현실’로만 소통하려는 에고이스트와 ‘네 현실’과도 소통하려는 리얼리스트의 작품들을 통해 인간의 다층적 감정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경탄= 로이스 파티뇨 감독의 ‘죽음의 해안’과 이레네 구띠에레스·하비에르 라브라도르 감독의 ‘호텔 누에바 이슬라’는 풍광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운 시적 다큐멘터리다. ‘죽음의 해안’은 성난 폭풍으로 악명이 높은 갈리시아 북서쪽 해안을 배경으로 그곳 주민들과 경이로운 자연을 녹여냈고, ‘호텔 누에바 이슬라’는 지금은 폐허가 돼 버린 호텔 누에바 이슬라의 영화(榮華)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호르헤를 통해 무가치해 보이는 것들의 아름다움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욕망= 철학자 강신주 씨의 말을 빌리자면 ‘욕망은 모든 감정에 숨겨져 있는 동반자’다. ‘푸른 물결’의 감독은 자신의 젊음과 불확실한 미래에 놓여 있는 다층적 욕망을 드러내기 위해 여고생 드니스에 주목했다. 그 또래에서 흔히 벌어지는 친구와 교사에 대한 동경, 대학 진학에 관한 호기심 등이 풀어지면서 드니스의 충만한 젊음이 성장으로 연결된다.
△불안= 안야 마쿼트 감독의 ‘통제할 수 없는’에서 섹스 대리인으로 일하는 로나는 섹스가 사랑으로 발전되려 하자 불안감에 휩싸인다. 감독의 미니멀한 밀실공포증적인 미장센 기법은 과거가 불행했던 자의 숙명과 같은 두려움을 형상화한다. 펠리페 바르보사 감독의 ‘까사 그란데’는 주인공 장이 바라보는 브라질 사회의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계급·언어·인종문제에 관한 불안감을 보여준다. ‘대저택’이라는 의미를 지닌 ‘까사 그란데’는 사탕농장을 통해 부를 축적한 브라질의 과거의 현주소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공포= 벤하민 나이스타트 감독의 ‘공포의 역사’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변두리 마을에서 일어나는 증오와 불신, 폭력을 통해 현대인들의 밑도 끝도 없는 공포가 대체 어디에서 오는지 묻는 사회학적 스릴러다. 남의 속을 박박 긁는 독설만큼이나, 사운드의 활용이 신경을 바짝 곤두서게 만들 것이다.
△분노= 에티오피아 출신의 제레자네이 버헤인 머하리 감독의 ‘디프렛’은 결혼을 위해 어린 소녀를 납치하는 전통에 대한 반기를 드는 영화다. 소녀 히루는 탈출을 시도하다가 한 남자를 살해하고, 변호사 메아자가 소녀를 규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왜곡된 남성주의가 빚어낸 전근대적 전통과의 대결.
△절망= 미카엘 로웨 감독의 ‘우물’은 8살 소녀를 응시한다. 새아버지를 거부하며 급기야 버려진 우물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극단적 선택을 통해 멕시코 중산층 가정의 불안을 드러낸다. 늦깎이 감독 호리구치 마사키의 ‘가녀린 희망’은 주인공 카즈야의 시선을 따라간다. 양부모의 친자식이 태어나자 자신의 처지가 어정쩡하게 된 카즈야는 생부 찾기에 나선다. 불확실해서 더 절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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