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즈' 속물적 모습 블랙코미디화 / '타오르는 불씨' 대하드라마 보는 듯 / '조' 니콜라스 케이지 인물묘사 탁월
세 프로그래머는 관객을 향해 ‘전주국제영화제스러운’ 작품을 추천했다. 이들은 파격적이거나 실험적인, 영상미학과 세밀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6편을 소개했다.
△‘숙희’의 파격, 논쟁의 타격
![]() |
||
| ▲ 영화 ‘숙희’ | ||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한국경쟁 부문의 ‘숙희’(감독 양지은)와 ‘몽키즈’(감독 정병식)를 추천했다.
‘숙희’는 영화에서 기적의 치료를 행한다고 알려진 간병인이다. 그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철학 교수 윤을 돌보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숙희는 성적 억압이 있는 환자를 낮에는 애처럼 다루지만 밤에는 성적인 자극을 가한다.
이 영화는 대학생 학부모인 51세 양지은 감독의 데뷔작이다. 그는 주부로 영화계를 떠나 시나리오 작업을 지속하다 올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모성과 성(섹슈앨러티, sexuality)을 결합시킨 도전적인 이야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영진 수석 프로그래머는 “강렬한 연출과 파격적인 소재로 논쟁을 일으킬 만한 작품이다”며 “주연을 맡은 배우 채민서의 열연과 매력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이어 추천한 영화는 형제의 힘을 보여준 ‘몽키즈’다. 영화 ‘내가 살인범이다’의 정병길 감독이 주인공으로, 웹툰 작가인 그의 형 정병식 감독이 연출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청춘영화의 전형성을 탈피했다는 점이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내일의 희망도 없고, 연애를 해도 진전이 없는 ‘출구 없음’의 클리셰(Cliche,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에 거리를 준 풍자극이다.
김 수석 프로그래머는 “청춘의 무력함과 함께 이들의 속물적인 모습을 블랙코미디화한 여유가 신선하고 또 다른 에너지가 느껴졌다”는 소감을 말했다.
△카메라로 쓴 역사책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월드시네마 스케이프 ‘마스터즈’ 섹션의 ‘타오르는 불씨’(감독 아그네츠카 홀란드)를 “카메라로 쓴 가장 모범적인 역사책”이라 극찬했다. 이 영화는 미국 드라마 전문 방송사 HBO의 TV시리즈 극장판이다. 체코의 민주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이 짓밟힌 과정을 촘촘히 그린 214분의 대작이다.
1969년 체코 수도인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에서 당시 프라하대 철학부 학생 얀 팔라흐는 21세이 나이로 소련군의 침공에 반대하며 분신한다. 그의 희생은 민주화 운동의 불씨가 돼 역사적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폴란드 출신인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은 모국과 영화 공부를 했던 체코의 역사를 자신의 스타일로 조망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체코와 폴란드 유명 배우가 대거 등장하며 역사적인 서사를 구현했다.
이상용 프로그래머는 “대하드라마라서 전주영화제가 아니면 쉽게 경험하기 힘든 작품이다”며 “광풍이 몰아치는 사회를 배경으로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정치인과 시민의 입장이 뒤엉키며 ‘프라하의 봄’의 세밀한 진행 과정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경쟁의 ‘우물’(감독 미카엘 로웨)을 함께 추천했다. 이 작품은 멕시코 중산층 가정이 어떻게 흔들리는지를 8살의 시선으로 담은 영화다. 새아버지를 맞아야 하는 소녀는 새로운 가족을 거부하며 버려진 우물에 빠져든다.
이 프로그래머는 “아동 심리를 따라가는 영화가 정형화될 수 있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카메라가 8살짜리의 마음에 온전하게 들어간다”면서 “대사는 많지 않지만 카메라의 시선이 시적이고 아름답다”고 풀이했다.
△밀도 있는 연출력
장병원 프로그래머는 전주영화제와 이전부터 인연을 맺은 해외 감독의 작품을 추천했다. 대안·독립영화라는 정체성의 연속선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첫 번째 영화는 올해 선댄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투 킬 어 맨’ (감독 알레한드로 페르난데스 알엔드라스)이다.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스펙트럼’섹션에 속해 있다.
칠레의 유순한 가장 호르헤는 아들과 딸이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동네 폭력배의 습격을 받자 행동에 나선다. 막다른 골목으로 밀린 그가 가정을 지키기 위한 분투기를 펼친다. 하지만 갱단이 주인공의 집을 핍박하는 이유는 나타나지 않는다.
장 프로그래머는 “가장의 심경에 공감이 간다”면서 “매우 부조리한 상황에서 가장의 복수극을 시적으로 보여주고, 영화의 형식이나 밀도가 좋아서 미학적으로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 |
||
| ▲ 영화 ‘조’ | ||
두 번째 영화는 신인시절 전주영화제에서 소개됐고 이제는 거장의 반열에 오른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의 지난해 작품 ‘조’ 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주연으로 올 전주영화제의 월드 시네마스케이프 ‘마스터즈’섹션에 묶였다. 특히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분에 포함된 작품으로 얼마 전 미국에서 개봉했다. 래리 브라운의 소설 ‘유어 하이니스’가 원작이다.
주인공 조는 나무에 독을 투입해 죽이는 벌목 관리인으로 폭력과 약물 등에 찌들어 있다. 하지만 불우한 환경에 놓인 개리를 만나 교감을 나누고 ‘수호 천사’가 된다.
장 프로그래머는 “줄거리는 크린트 이스트우드의 ‘그랜 토리노’를 연상케 한다”면서도 “이율배반적인 인물 묘사가 출중한 니콜라스 케이지와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