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입 생기는 예능에 전수·이수자들 몰려 / 기능은 배우려는 이 없어 대부분 가족승계
지난 23일 전북도 무형문화재인 소병진 소목장(62·전주)이 중요무형문화재 55호 보유자로 인정됐다. 지난 2010년 홍춘수 한지장(74·임실)이 중요무형문화재 117호 보유자로 인정받은 지 4년 만이다. 이로써 전북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는 9명으로 늘었다. 이와 함께 다음달 1일 무형문화재 발굴·전승의 산실이 될 ‘국립무형유산원’이 전주에서 문을 연다. 그러나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은 인기·비인기 종목에 따라 여전히 전수교육조교를 찾기 어렵고, 일부 종목 보유자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며 명맥을 이어가기도 버거운 현실이다. 이에 따라 무형문화재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는 전북의 현실과 대책을 두 차례에 걸쳐 진단해 본다.
지난 1996년 중요무형문화재 110호로 인정된 김종대 윤도장(80·고창)은 문하에 전수교육조교 1명, 이수자 2명을 두고 있다. 외형상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듯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전수교육조교·이수자가 모두 김 윤도장의 자녀들인 것이다.
이는 지난 1993년 중요무형문화재 65호로 인정된 황영보 백동연죽장(82·남원)도 마찬가지다. 특히 홍춘수 한지장의 경우 중요무형문화재로 인정된 지 4년이 지났지만 아직 전수교육조교가 없다.
이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은 매월 보유자 130만원, 전수교육조교 66만원, 전수장학생 26만3000원이 전부다. 예능 종목 보유자들이 외부 행사나 공연 등을 통해 부수입을 얻고 있지만, 기능 종목 보유자들은 이마저도 손에 꼽을 정도다. 전수교육조교들이 예능 종목에 몰리는 이유다.
황지조 백동연죽장 전수교육조교는 “임실필봉농악이나 이리농악처럼 예능 종목의 경우 공연이나 행사 등이 많아 상대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덜 겪는다”면서 “이로 인해 비인기 종목이 상대적으로 많은 기능 종목은 전수자들을 찾기 어렵고, 실제 전수자들을 찾지 못해 백동연죽과 관련된 타 지역 무형문화재들은 명맥이 끊기기도 했다”고 말했다.
2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전국 중요무형문화재 132개(세부종목포함) 가운데 보유자는 171명, 전수교육조교는 28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수교육조교의 예능 종목 쏠림현상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78개 예능 종목 중요무형문화재의 전수교육조교는 232명인 반면, 54개 기능 종목 중요무형문화재의 전수교육조교는 48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이수자들이 더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능 종목 이수자들은 4597명인 반면 기능 종목 이수자는 554명에 그쳐 8배 가량 차이가 났다.
전북지역 중요무형문화재의 현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도내에서는 10개의 중요무형문화재가 있는 가운데 9명이 보유자로 지정됐고 전수교육조교는 모두 12명이 있다. 그러나 이리농악(3명), 임실필봉농악(3명), 위도띠뱃놀이(2명) 등 전수교육조교 8명(66.6%)이 예능 종목에 편중돼 있다. 이는 전북도 지정 무형문화재의 경우도 비슷한 실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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