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들 창작·거주공간 부안에 전북 첫 문 열어 / 작가 주도적 참여 눈길 / 습작생들에게도 개방
문인에게 창작·거주공간을 제공하는 레지던스가 도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독지가와 작가들이 의기 투합하고 중앙 기금의 후원이 보태져 지역의 자연과 문화자원을 알리고 창작의 영감을 제공하기 위한 공간이 탄생했다.
‘레지던스(residence) 변산바람꽃’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으로 지난 13일 부안군 진서면에 위치한 변산바람꽃 펜션에서 개소식을 했다. 이곳은 작가에게 작품 구상과 집필을 위한 개인창작실을 지원하고 문학 행사를 통해 문인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업 첫 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모한 ‘2015년 문학창작공간지원’사업에도 선정돼 1년간 3000만 원의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특히 이곳은 준비부터 운영까지 작가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점이 돋보인다. 습작생과 외국 작가까지 입주해 교류의 폭도 넓힐 방침이다.
운영위원장 안도현 시인과 고문 박범신 소설가를 비롯해 운영위원에 김민정·이원·임경섭 시인, 백가흠·이기호 소설가, 이기만 역사만들기 대표가 참여했다. 레지던스 실무를 맡는 사무국장도 정영효 시인이 맡았고, 부안역사문화연구소와 협력해 조직을 구성했다.
또한 기성 문인뿐 아니라 작가를 지망하는 습작생을 위한 창작실도 병행한다. 습작생을 받아 잠재적인 작가를 육성하고 입주 작가와 교류토록 하기 위해서다. 오는 5월에는 국제 교류를 위해 외국 작가도 받는다.
정식 운영하는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문인 창작실 3실, 습작생 창작실 2실에 상·하반기 합쳐 모두 20여명의 작가와 10여명의 습작생이 입주할 예정이다. 향후 가칭 ‘변산 문학캠프’를 통해 대학생을 대상으로 부안지역의 문화유적을 탐방하는 한편 작가와 함께하는 창작교실도 개최할 계획이다.
이날 개소식에는 안 시인과 운영진, 김종규 부안군수 등이 참석해 개관을 축하했다.
안 시인은 “독지가와 중앙의 지원, 작가의 협업으로 도내 첫 문인 창작·거주 공간이 생겨 고무적이다”며 “지역사회의 관광자원과 연결해 명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축하객으로 온 한국학중앙연구원 전경목 교수는 “기록이 남아있는 조선시대부터 변산반도 지역은 많은 문인에게 창작의 영감과 이상향의 공간으로 작용했다”며 “우반 10경을 꼽은 박순, 우반동에 정사암을 지은 김청, ‘정사암중수기’를 지은 허균, 반계 유형원, 여류시인 이매창 등이 그들로, 레지던스 변산바람꽃이 그 맥을 잇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종규 부안군수는 “부안지역의 자연을 인문학으로 승화하는 곳이 생겨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레지던스 변산바람꽃은 지난해 8월 구상돼 9월부터 시설을 확충하고 사업을 준비했다. 익산 출신 백가흠 소설가가 안 시인의 추천으로 치과의사인 서융 대표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변산바람꽃에서 작업을 하던 가운데 안 시인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에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창작 공간의 필요성에 공감한 서 대표가 흥쾌히 시설을 내놓았고, 주거복합형 개인창작실 외에 식당, 도서관, 멀티미디어시설을 보강했다.
애초 건축학도에서 치과의사가 된 서융 대표는 “집짓기를 좋아해 지난 2005년 운용할 계획이 없이 지은 뒤 하드웨어만 있고 소프트웨어가 없었는데 안 선생님의 제안을 받고 기뻤다”며 “공간은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가 중요한 만큼 레지던스를 집에 영혼을 넣는 일의 시작으로 여기고 앞으로 문학뿐 아니라 다른 장르까지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곳이 작가에게 영감을 주고, 내실 있게 운영돼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선례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정용준 소설가와 습작생 3명이 입주해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바다 너머 고창지역이 보이는 해변가의 빼어난 절경과 함께 아낌없이 제공되는 식사에 감탄했다고 입을 모았다.
레지던스 변산바람꽃의 입주자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걸쳐 2차례 모집한다. 현재 지역, 장르, 출간계획 등을 기준으로 3~8월 입주할 작가를 심사하고 있으며, 오는 20일께 발표한다. 거주기간은 문인 1~2개월, 습작생은 2~3개월이다. 자세한 문의는 레지던스 변산바람꽃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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