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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람 이병기 전집 나온다…"인간적 면모도 엮어 낼 것"

작년 5월 간행위 발족 / 단행본·시조·평론 등 자료 전산화에 매진 / 내년 20권 발간 예정

▲ 가람 이병기 선생

전북대 인문대 1층에 자리잡은 국문학과 자료실에는 가람 이병기 선생(1891∼1968)의 저서와 기고문이 차곡차곡 쌓였다. <표준 옛글> , <국문학 개설> , <국문학 개론> 등을 비롯해 그가 각종 신문에 실은 글이 원본과 복사본으로 정리됐다. <가람 이병기 전집(이하 가람 전집)> 이 그의 제자들의, 제자들의 손으로 만들어 지고 있었다.

 

가람 연구로 학위를 취득한 이경애 박사는 가람 전집 간행위원회 산하 실행위원회 총무로 지난해 9월부터 이곳에 상주하며 이 자료들의 입력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17일 국문학과 자료실에서 만난 이 박사는 “자료가 오래되서 일부는 글자가 뭉개지고 고어(古語)라 알아보기 힘들어 다른 자료와 비교하며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학부생, 대학원생 10여명이 컴퓨터에 입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작업은 지난해 5월 결성된 가람 문집 간행위원회로부터 출발했다. 도내 원로 학자, 언론인, 문학가 등을 고문 및 자문위원으로, 국어국문학계의 학자와 문인을 운영위원회으로 구성해 뜻을 모았다. 여기에 가람 선생의 유족도 흥쾌히 미발행 자료를 내주며 힘을 보탰다. 간행위는 총 예산 2억3100만 원을 책정했고 전북대가 기본 간행 사업비 1000만 원을, 가람 선생의 고향인 익산시가 3000만 원을 지원해 종자돈을 마련했다.

 

그동안 가람 관련 학술대회에서 수 년째 전집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방대한 작업을 실천으로 옮긴 것은 처음이다.

 

실행위원회는 지난해 자료를 모으고, 지난달부터 입력 작업을 시작했다. 가람 전집은 단행본 10여권, 교주본, 교과서, 시조, 수필 및 기행문, 평론, 일본어본 저술, 사진 자료 등을 묶어 20권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편집 방법은 연말 세미나를 열어 좀더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가람 전집 간행위원장인 김익두 전북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가람에게 시조는 일부며, 다양하고 폭넓은 범위에 걸쳐 업적을 남긴 당대 최고의 문인이자 학자라는 점을 이번 전집으로 제대로 조망해 국문학자·문헌학자·교육자 등의 면모를 드러내겠다”고 했다. 또 “가람 선생이 그동안 도내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안타깝고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만큼 현재의 작업에 대한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처음에는 10권을 염두했지만 자료를 모으다 보니 점점 분량이 늘어나 15권에서 이제는 20권을 바라본다”며 “개인적인 서신과 가람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증언 등도 따로 수록해 학문뿐 아니라 인간적인 모습도 담고 싶다”고 덧붙였다.

▲ 가람의 저서를 모은 복사본과 원본 자료들.

가람 선생은 익산시 여산면 출신으로 지난 1921년 조선어문연구회를 조직해 국어를 연구했다. 조선어문학회는 한글학회로 이어져 국어의 체계를 확립했다. 가람 선생은 1942년 일명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함경남도 함흥에 있는 홍원감옥에서 동료 학자들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영어(囹圄) 생활에도 유쾌한 성품으로 옥중에서도 분위기 메이커였다고 전해진다.

 

이에 앞서 1926년 시조회를 발기한 그는 시조의 장르와 형태를 정립해 국문학의 초석을 다지기도 했다.

 

그는 1913년 공립보통학교에서 교편을 잡을 때부터 국어국문학 및 국사에 대한 문헌을 수집했고, 말년에 이 장서를 그가 강의했던 서울대에 기증해 ‘가람문고’가 탄생했다. 당시 전북대에 조건부 기증 의사를 밝혀지만 여의치 않아 이뤄지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가람은 해방 뒤 미군정청 편수관을 지내면서 국어교과서 집필에도 관여했다. 전주 한옥마을의 ‘양사재’에서 기거하며 전북대 전신인 명륜대 교수와 전북대 문리과대학 초대 학장을 지냈고 1956년 정년퇴임했다. 그가 수업을 할 때면 그의 농담으로 옆 강의실까지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가람의 업적을 총라한 전집 간행 사업은 올 상반기 자료를 전산화하고, 하반기 교열해 내년 5월 인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익두 교수는 “이를 계기로 전북이 국학연구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전집을 바탕으로 한 연구도 활발해지길 바란다”면서도 “원문을 훼손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일반 독자도 쉽게 접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어 “국문학의 뿌리를 세우는 일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많은 관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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