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출신 민병훈 전 국립중앙박물관 부장 〈실크로드와 경주〉
“우리 고대문화의 고유성을 강조한 나머지 자생적인 측면에 치중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입니다. 우리가 중국에서 청자문화를 받아들였지만 깊고 그윽한 비취색에 입체적인 문양의 삼감청자를 창안하지 않았습니까.”
민 전 부장은 “우리의 고대문화에서 우리가 평소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문화교류가 이루어져왔으며,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 우리 고유의 문화로 변용시켜 나갔는지, 그 과정을 폭 넓게 연구하고 인식하는 작업이야말로 우리 문화의 특성을 재인식하는 방법이며, 우리 문화의 독창성과 특유의 미적감각을 재음미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 책 역시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의 역사무대로 인식하고 유라시아의 다양한 문화권의 상호교류와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화전파, 지역적 변용을 큰 줄기로 삼았다. 우리의 고대문화에 나타난 대외문화교류의 현상을 경주지역의 문물을 중심으로 살폈다.
저자에 따르면 신라는 고구려·백제에 비해 인도 지향적 경향이 강했고, 경주를 중심으로 산재한 각종 문물에 동서문화 교류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고 보았다.
신라의 고묘에서 흔비 동반 출토되고 있는 팔찌나 목걸이 등 금속제 장시구의 기원을 서아시아에서 찾아볼 수 있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의 석굴암은 실크로드를 따라 동점한 석굴사원 건축의 유행에 따라 인도에서 중앙아시아와 서역지방을 거쳐 동아시에 도달한 문화의 큰 흐름 속에 조영된 것으로 해석했다.
저자는 또 경주 시내 적석목곽분에서 출토된 유물을 통해 지중해와 서아시아 세계와의 문화교류의 흔적을 추적했다. 말모형 토기를 비롯해 간두식이나 각배, 유리그릇 등 경주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북방의 스텝루트를 통해 어떻게 들어와 우리의 색깔로 변용됐는지 보여주었다.
저자는 “20년 넘게 추진해 온 현지조사 과정에서 거둔 역사학, 고고학, 미술사학적 연구성과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학술논문의 형태를 벗어나 관련 도판을 풍부히 활용, 시각적으로 문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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