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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장기포 기념일…동학농민혁명 다룬 소설] 역사도 상품이다

고창 공음면 개갑장터, 순교지·일제수탈 현장 / 문화관광 상품화 충분

▲ 이성수 소설가

고창군 공음면에는 개갑장터의 옛터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에까지 이름이 알려지고 우(牛)시장이 있었던 큰 장터였다고 한다. 최근 들어 조성된 천주교 개갑순교성지(신유박해로 개갑장터에서 순교했던 천주교 신자 최여겸을 기념하는 순교성지)를 설명하는 안내판에 개갑장터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을 뿐 장터의 흔적이라고는 없다.

 

개갑장터는 조선 중종 때 학자로 이름을 떨친 영모당 김질 선생의 효행에 기인되어 세워졌다고 한다. 그의 지극한 효행은 명나라에까지 알려졌을 만큼 지극하였다. 부모상과 조부모 승종상까지 도합 12년의 시묘살이를 했으며 아버지가 좋아했던 꿩고기를 제사상에 올리려고 눈길을 헤쳐 장에 가는 모습에 감동한 고을 수령의 명으로 장이 열리게 되었다고 한다.

 

시장이 열린 이후 개갑시장 일대(500미터의 인근에 석교포구가 있었음)는 크게 번성하였다. 많은 사람과 물산이 집산(集散)하였고 최신의 정보를 가진 상인들이 몰려들어 선진된 문물과 정보가 넘쳐나는 지역이 되었다. 여타 지역보다 개방이 앞서 이루어져서 서남해안 최초의 천주교순교가 일어나게 되었으며 농민군들이 장꾼으로 위장해 모여들고 훈련하여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의 시발점이 된 무장기포선언의 배후지가 되었다. 또한 구한말에는 의병활동의 물자보급과 연락처로 활용되어 일제의 눈엣가시 같은 지역으로 낙인찍혔고 일대의 지역이 강제로 해체되는 큰 아픔을 겪고 말았다.

 

이처럼 개갑장터의 역사는 효행의 본보기이며 신앙의 성지이고 충성의 광장이었다. 그리고 일제의 수탈과 탄압에 정면으로 맞서다가 사라져간 슬픈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 지하에 묻혀있는 많은 사실들이 발굴되고 복원되어야 한다. 교훈으로 삼아 계승하고 발전시킬 가치가 있는 옛터이다.

 

개갑성지에는 많은 순례자들이 찾아온다. 작년 3개월 동안(8~10월, 미사 협조요청이 있었던 경우로써 고창성당 교우회의 대략 집계임)만 무려 약 3,000여 명이나 방문했다고 한다. 앞으로는 훨씬 더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렇지만 편의시설이 전무한 지경이다. 순례자들의 불편이 많다고 한다. 특히 식사할 마땅한 장소가 없는 터라 광장 바닥에 앉아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다반사라 한다.

 

개갑성지는 본래가 장터였다. 장터의 기능을 되살려 놓으면 된다. 장터의 역사자체가 드라마틱한 스토리다. 묻혀있던 이야기를 되살려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면 된다. 그 어느 지역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역사교훈의 현장이다. 고창을 자랑하기에 손색이 없는 곳이다. 주변지역이 고창군 소유의 토지라 한다. 고창군이 나서면 장터의 복원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본래 장터는 주막과 점포가 있는 곳을 일컫는다. 우선 주막과 점포를 복원하여 식당으로 활용하고 지역농산물을 판매하면 될 것이다. 그런 다음 상황을 살펴가며 상징이나 시설물들은 단계적으로 조성하기도 하고 옛 규모의 장터를 복원하면 될 것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다. 근처에 전국으로 이름난 청보리밭, 동학농민혁명 무장기포지, 무장읍성, 구시포 해수욕장이 있으며 선운산 도립공원도 지근거리에 있다. 연계한 관광 상품이 개발되어 어우러지면 관광명소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에 가면 최 참판 댁이 있다. 토지의 드라마 제작을 위해 마련한 세트장이지만 역사적 사실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꾀나 많다. 그도 그럴 것이 건조해 놓은 건축물이 사람이 사는 가옥처럼 견고하게 지어져 있으며, 드라마 속 상황을 재현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어서다. 하동군에 따르면 매년 25만 명 정도의 관광객이 다녀간다고 한다. 관광객을 위한 편의시설도 수십 곳이나 들어서 있어서 관광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하동군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 소설이 만들어 낸 허구를 근대의 역사처럼 꾸며 상품화시킨 아이디어와 실행에 저절로 박수가 쳐진다.

 

개갑장터는 최 참판 댁과는 다르다. 허구가 아닌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다. 사실을 그대로 복원하면 된다. 우리 선조들의 정신과 행적을 드러내면 교훈이 되고 상품도 된다.

 

역사도 상품인 시대다. 역사가 숨 쉬는 곳에는 가공이 필요치 않다. 그리스나 로마를 보면 역사의 가치가 제대로 느껴진다. 개갑장터에는 여러 고귀한 가치가 한꺼번에 잠들어 있다. 하루라도 빨리 복원되어 숭고한 가치가 되살아나 그럴듯한 상품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지역 발전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다.

 

△소설가 이성수 씨는 고창지역 동학농민혁명을 다룬 소설 〈구수내와 개갑장터의 들꽃>의 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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