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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손한 책?' 보며 '독서 자유' 읽는다

독서문화시민연대, 내달 1~7일 '제1회 금서 읽기 주간' 운영

단발머리를 하고 늘 어린 동생을 업고 다녔던 ‘몽실언니’.

 

권정생 작가의 이 작품은 처음 잡지에 연재할 때 블랙 리스트에 올랐다. 1986년에는 어용단체가 ‘용공 동화’의 사례로 몰았고 문교부가 학교도서관에서 빼라고 지시했다는 일화가 전해져 온다. 권의 작가의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 도 ‘불손한 책’으로 찍히기는 마찬가지였다.

 

<아기 공룡 둘리> 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 부천의 명예시민인 그가 한 때는 아동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금서(禁書)’였다. 지난 2008년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들> 은 국방부가 지정한 불온서적에 오른 뒤 서점에서 판매량이 10배 이상 뛰기도 했다.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이하 독서문화시민연대)’는 시대적 배경에서 금서였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장을 펼치기 위해 ‘독서의 달’ 첫 번째 주인 다음 달 1일부터 7일까지를 ‘제1회 금서 읽기 주간’(BBW, Banned Books Week)으로 정했다.

 

전국의 공공도서관, 학교도서관 등에서 금서를 읽으며 어떤 책이 왜 금지됐는지를 살펴보고 민주주의 기본원리이자 근본 규범인 표현의 자유와 이를 뒷받침하는 독서 및 도서관의 자유를 확대한다는 취지에서다.

 

출판, 독서, 도서관 등 책과 관련된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모임인 독서문화시민연대가 꼽은 금서 목록에는 국내외가 망라돼 있다. 국내는 독재시절 반공 이데올로기에 묶이거나 민주화 운동과 관련된 책이 대부분이었다. 해외 사례 역시 풍기 문란을 이유로 금서가 된 책이 눈에 띄었다.

 

현재는 해금된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와 <사슴> 을 비롯해 한홍구 사학자의 <대한민국史> , 위기철 작가의 <청년 노동자 전태일> , 김지하 시인의 <오적> , 조태일의 <국토> 등도 금서라는 낙인을 받았다.

 

닐 웨일즈 작가가 중국에서 공산당 활동으로 독립운동을 하던 김산을 기록한 <아리랑> 은 민주와와 함께 해금됐다.

 

한스 피터 마르틴, 하랄트 슈만 작가의 <세계화의 덫> , 헨리 조지 작가의 <진보와 빈곤> 도 <나쁜 사마리아인들> 과 같이 진보적인 경제서로 국방부가 지정한 금서에 이름을 넣었다.

 

동화도 금서의 단골 목록이었다. 저스틴 리처드슨, 피터 파넬 작가의 <사랑해 너무나> 는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의 실화를 바탕으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일깨우는 의미를 담았지만 지난 2005년 출간한 뒤 금서로 올랐다. 아빠 펭귄 로이, 실로가 아기 펭귄 탱고를 키우는 내용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였다.

 

또한 모리스 샌닥 작가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 , 린드그렌 작가의 <삐삐 롱스타킹> 처럼 세계적으로 알려진 동화도 아동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책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책의 역사 만큼 고전도 빼놓을 수 없다. 조반니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 박지원의 <열하일기> 도 출간 당시 금서였다. 세상을 향한 풍자를 담은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의 무삭제판도 마찬가지다.

 

독서문화시민연대는 “우리나라 책의 역사에서는 검열과 허가제가 오랫동안 책의 숨결을 억압한 적이 있다”며 “그러나 독자들은 지적 탐구를 멈추지 않았고 금서의 울타리는 하나씩 둘씩 허물어졌다”고 진단한다.

 

이들은 “ ‘진리생존설’을 주창한 존 밀턴은 어떤 사상이 옳으냐 하는 것은 권력자인 검열관이 판정할 수 없고 그것은 자유로운 논쟁과 독자의 선택에 맡길 수밖에 없다. 그래야 진리가 살아남고 허위가 도태될 것이라 했다”면서 “이번 금서 읽기 주간으로 우리 사회에 더 많은, 더 깊은, 독서의 자유와 도서관의 자유가 활짝 개화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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