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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작물 풍작 부안 줄포 가보니] "손해 보는 농사지은 꼴"

작황 좋지만 판로 못찾아 '한숨' / 생산비 이하로 억지 출하 '눈물'

▲ 김진춘 남부안조합 농민대표가 부안군 줄포면 줄포리 무 재배 현장에서 아직 출하하지 못한 무를 바라보고 있다.

“농사도 못 지어 먹겠다.”

 

승합차에 올라타자 대뜸 이유 있는 탄식이 들려왔다. 차 안은 온통 흙으로 도배돼 있다. 물론 신발과 바지도 예외는 아니다. 여름이면 오전 6시~오후 6시 30분까지, 겨울이면 오전 10시~오후 5시까지, 요즘은 오전 7시~오후 5시 30분까지 꼬박 농사일에 매달린다. 이제 결과물을 수확할 때가 됐으나 무와 배추 등 밭작물은 땅에 그대로 심어 있다. 작황 호조로 공급 과잉이 예상되면서 가격 하락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19일 오전 부안군 줄포면 줄포리에서 만난 김진춘(63) 남부안조합 농민대표는 팔뚝 만한 무를 그 자리에서 뽑으며 올해는 특히 작황이 좋다고 했다. 풍작이라는 그의 무밭 5000평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나 마음 편하게 웃지 못한다. 풍작의 역설이다.

 

“작년 이맘때는 다 팔렸는데 올해는 중간상인이 무는 물어도 안 봐요. 몇몇 출하한 농가도 생산비 이하로 처리하면서 손해 보는 농사만 지은 꼴이에요. 게다가 농업 전체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인한 ‘도미노 피해’를 우려하는데 밭작물은 뚜렷한 대책도 나오지 않아 답답할 뿐이죠. 도시가 꽃이라면 농촌은 뿌리에요. 뿌리가 썩으면 꽃도 죽는다는 뻔한 이치를 모르는 것 같아요.”

 

지난달 무의 서울 가락시장 평균 도매가격은 상품 18㎏당 7699원(중품 6024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및 평년보다 각각 23%, 43% 낮은 수준이다. 가을 무 재배 면적은 지난해 및 평년보다 각각 3%, 6% 감소한 6952ha로 추정된다. 지역별로는 충청이 6%, 호남이 3%, 경기·강원·영남이 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와 배추의 재배 면적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생산량은 늘고 소비 부진은 지속돼 전망도 밝지 않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배추(5000톤), 마른고추(7000톤), 무(8000톤)에 대한 정부 수매에 나선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에 실시간 농업 관측을 통한 선제적인 수급 대책을 세워 농산물의 가격 안정, 수급 안정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전북도의 밭작물 재배 면적은 6만 6728㏊로 전국의 8.4%를 차지한다. 마른고추 4600㏊, 들깨 3400㏊, 배추 2600㏊, 수박 2600㏊, 참깨 2400㏊, 무 2100㏊, 인삼 1800㏊ 등이다.

문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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