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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책 만들기, 지역에서 책 팔기 ④ 충남 홍성 그물코출판사 장은성 대표

시골마을에 '1인 출판사' 둥지 / 재생용지 사용 등 신념 갖고 농업 관련된 작은 책 만들어 / 책방 운영·도서관 건립 주도

‘그물코출판사(대표 장은성)’의 주소지는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갓골마을이다. 지난 2001년 서울 마포에서 문을 열고, <녹색시민 구보씨의 하루>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자발적 가난> 같은 스테디셀러를 만들어내다가 2004년 농촌마을로 이전했다. 홍성이 장은성 대표의 고향이기도 했지만, 대안학교와 유기농업·협동조합으로 유명한 홍동은 지역 공동체 활동이 활발한 곳이다. 장 대표가 지향하는 ‘작은 출판’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오랫동안 그물코출판사는 농촌마을의 ‘면(面)’단위에서 책을 만드는 유일한 출판사이자, 혼자 책을 만드는 ‘1인 출판사’였다.

 

그물코출판사는 생태나 환경을 주제로 한 책을 만든다. 특히 홍동으로 이전한 후에는 <농부의 길> <소-땅과 사람을 이어주던 생명> <농부는 백가지 일을 하고 작물을 기른다-백성 백작> <논 생물도감> <다시 농업을 생각한다-땅에 뿌리박은 지혜> <아이들은 왜 자연에서 자라야 하는다> <우리마을입니다> <농생물책받침> 같이 농업과 농촌, 협동조합 관련 책을 발간했다. 생태환경전문출판사로 소문이 나 농촌마을에 있어도 책을 내겠다고 찾아오는 이들이 꾸준하다. 장대표는 “베스트셀러는 없지만 죽지 않고 꾸준히 팔리는 잡초 같은 책들”이라고 했다. ‘재생용지만 쓰고, 양장은 만들지 않고, 신념에 맞지 않는 책은 만들지 않고, 광고하지 않는’원칙에 공감하는 이들이 장대표와 작업을 함께 하는 것이다.

 

지역출판사들이 겪고 있는 판로확보의 문제는 장 대표에게도 여전한 과제다. 대형서점 중심의 온·오프라인 유통은 작은 출판사에게는 넘기 힘든 벽. 따라서 전국 각 지역의 대표 서점과 동네의 작은 서점, 오랫동안 거래해온 배급업체 등을 통해 독자와 만난다. 앞으로도 대형 유통망보다는 작은 서점들과의 관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물코출판사는 지역 공동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출판사다. 장 대표가 농촌마을로 이전해 처음 한 일은 ‘책방 느티나무’를 만든 것이었다. 마을 주민의 요청으로 시작된 일이었는데, 출판사가 만든 책과 보유하고 있는 책, 그리고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들로 책방을 열었다. 운영자가 없고, 장부도 없는 무인점포인데, 수익이 남는다. 초창기에는 마을 주민들이 책을 사오라고 기금을 모아 주기도 했다. 지금은 홍동마을을 찾는 방문객들이 주 고객이다.

 

지역의 도서관 건립도 주도했다. 지역 주민들이 출자해 지난 2011년 개관한 ‘밝맑도서관’운영을 총괄하는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만화방과 마을카페에 봉사자로도 참여하고 있다.

▲ 느티나무책방 전경. 그물코출판사와 책방은 오래된 건물에 공간을 나눠 이웃해 있다.

마을의 각종 소식지를 만드는 일도 장대표가 맡고 있다. 마을에 출판사가 생기자 주민들이 공동체신문 같은 인쇄물 제작을 요청했다. 특히 홍동에는 수많은 협동조합이 있는데, 이들 조합 등지에서 필요로 하는 출판물을 그물코에서 제작한다. 일감이 밀려 직원까지 두게 됐다. 지역의 출판사가 공동체와 함께하는 방법이기도 한데, 장 대표는 출판사의 정체성이 모호해진다는 판단아래 편집팀을 따로 꾸려 지역 일을 전담하게 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자신이 펴낸 책처럼 <자발적 가난-덜 풍요로운 삶이 주는 더 큰 행복> 을 지향하며, 작고 소박하지만 건강하고 재미있게 시골에서 책을 만들며, 하나의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끝>

은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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