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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고창의 교육문화〉를 읽고…

민족사학 고창고보 심층탐구, 영혼이 깃든 교육사상 돋보여

평생 교육학 연구에 매진하며 후진 양성과 저술활동을 이어온 이 지역의 김경식 교수가 〈고창의 교육문화〉를 펴냈다.

 

책은 주제별 네 개 파트로 구성됐으며 첫 번째는 주자학에 바탕을 둔 우리나라 전통교육 발전사다. 성균관부터 지방의 향교에 이르는 관립교육제도, 사립교육기관으로 발전한 서원, 지방 곳곳에서 학문발전에 기여한 서당 등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가정교육의 밑바탕이 된 각종 전통제례와 공동체의 상부상조 문화를 키워온 향학으로 여러 지역의 사례를 들어 조명한다.

 

세 번째 파트에서는 근대민족사학의 태동과 발전, 고창고보의 설립과정·민족사적 의의를 짚는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국권 상실 후 일제치하에서 마지막으로 활약한 고창지역 선각자들이 받는 친일 누명을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고창고보의 발전상과 의의를 중점적으로 다룬 저자는 일본인 마스도미가 설립한 세칭 고창고보의 전신 ‘흥덕학당’이 당시 조선총독부에 의해 시행된 ‘조선토지조사사업’의 일환으로, 일본인 지주가 자선사업적 취지에서 세운 초보적인 학당에 불과할 뿐 1922년 고창 주민에 의해 민족혼을 담아 성산에 세워진 고창고보와는 별개임을 논증한다.

 

당시 전국 각지에서 세워진 사학들과 고창고보를 동열에 올려놓고 특히 북선의 ‘오산고보’, 남선의 ‘고창고보’가 민족사학의 쌍벽이었음을 강조한다. 또 군민전체의 모금운동에 의해 설립된 고창고보가 진정한 의미의 주민자치학교임을 고증하고 있다. 예리한 분석이며 탁견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신사참배 거부운동 등 고창고보가 일제의 각종 탄압에 저항하며 겪었던 수난사를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저자의 많은 저서 중 필자가 특히 주목한 건 〈재중 한민족교육사〉와 이번에 출간한 〈고창의 교육문화〉다. 두 권의 저술은 지금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분야이다. 흔히 학문의 방법론을 말할 때 막스 베버의 이념형(ideal typus), 또는 한스 켈젠의 순수법학 등을 인용하여 사상의 중립이나 무색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민족교육을 논할 때는 그것이 전부가 될 수 없고, 또 돼서도 안된다는 생각이다. 우리 민족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는 단순한 사실의 문제가 아니고 당위의 세계인 까닭이다. 교육의 지향점을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으로 잡고 창의력을 계발시키는 데 주를 두며 사실분석과 지식의 전수 등을 일컬을 진대, 교육학과 그 발전을 논할 때에는 저자와 같이 인간의 숨결을 담은 역동적이며 영혼이 깃든 교육사상이 돋보인다.

 

필자는 이 책을 펼치면서 독서산책의 자세로 시작했지만 장을 넘기며 점점 그 열기에 빠져들었다. 방대한 자료 수집과 저자의 해박한 지식에 놀랐고, 일관된 교육사상에도 감탄했다. 이 땅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지성이라면,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교육에 종사하는 스승이라면 무너져가는 혼란한 교육현장과 방황하는 역사인식의 혼돈 속에 감히 이 한권의 책이 길을 찾는 등불이 되리라고 믿는다.

▲ 전선기 前 기아특수강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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