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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어울림축제 백일장 장원작] 나에겐 서른 분의 어머니가 계신다!

가족같은 인심이 한국의 정 / 가랑비 옷 젖듯 동네 며느리

▲ 니시무라 유끼꼬

다문화주간을 맞아 전라북도다문화가족지원센터협회(회장 김문강)가 주관한 ‘제9회 다문화 어울림축제-다문화 백일장’ 장원 수상작품을 소개한다. 다문화백일장은 14개 시군 지역예선을 거쳐 모두 42편이 본선에 출품됐다. 장원 수상자 니시무라 유끼꼬 씨는 일본에서 태어났으며, 1996년 한국에 왔다. 현재 진안군 주천면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비가 오면 학교에 우산을 가져다주고, 소풍이나 체육대회가 있을 때 맛있는 도시락을 싸오는 친구들을 많이 부러워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아빠 손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시어머니가 있는 집에 시집을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하고 보니 남편도 부모님이 안 계시고 혼자 사는 사람이었다. “내 팔자에는 어머니가 없는가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의 한국 생활이 시작되었다.

 

한국에 시집을 오자마자 동네 어머님들이 신부를 구경한다고 다들 집으로 오셔서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동네 어머님들은 한목소리로 “(시집)와줘서 고마워, 잘 왔다, 잘 왔어”하면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처음에는 “가족도 아닌데 왜 그럴까?” 궁금했는데, 그만큼 내 남편을 아끼고 아들처럼 생각하고 계셨던 것이다.

 

살다 보니 동네 어머님들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옆집 숟가락이 몇 개 인지 알 정도로 오랜 시간 같은 동네에서 가족과 같이 그렇게 긴 세월을 함께하고 있었다. 아이가 어려서 들에 자주 나가지는 못했지만 가끔 들에 나갈 때면 어머님들은 일이 서툰 나에게 “이렇게 하면 된다”하면서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본 적도 없는 채소를 손질하는 방법이나 한국 반찬을 만드는 방법도 모두 동네 어머님들이 가르쳐 주었고, 무언가 만들 때마다 먹으러 오라고 하고, 직접 가져다주기도 했다. 지금은 농사를 짓지 않는데도 수확 철이면 동네 어머님들이 주시는 감자와 고구마 등이 한 가득이다.

 

어느 날은 경로당 총무를 보는 사람이 없다면서, 65세 이상이 회원이지만 총무는 특별히 나이 제한이 없으니 맡아달라고 하셨다. 내가 시집오기 전에 은행에서 일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하시는 말씀인 것 같았다. 동네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 시작한 총무는 2년만 하겠다는 약속을 깨고 지금까지 맡고 있다.

 

일본에서는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도 상대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것을 먼저 생각하면서 실천하지만, 나는 이제 우리 동네를 생각하면 무작정 내가 먼저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앞선다. 그 마음이 한국의 정인 것 같았다.

 

동네 어머님들은 낯선 한국에서 살아가는데 큰 위로가 되었다. 한국에 와서 진짜 어머니는 없었지만 같은 동네에 계시는 어머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시어머니처럼 아니, 엄마처럼 느끼게 되었다. 어머님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가랑비에 옷 젖듯 그렇게 서서히 우리 동네 어머님 서른 분의 며느리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사는 곳은 진안의 작은 마을이지만 난 이곳이 좋다. 서른 분의 내 어머니가 여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어머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마을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다. 나의 서른 분의 어머님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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