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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아동학대

사랑의 매질?… 교육적 체벌도 학대이자 폭력

▲ 물리적 방임 사례인 열악한 주거환경.

“너 오늘 집에 가서 죽여버릴거여”

 

이창수 씨(가명)가 초등학교 1학년 딸 희숙(가명)에게 하는 말이다. 희숙이는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아빠의 돌봄으로 생활하고 있다. 아빠가 이렇게 죽이겠다고 위협하며 화난 이유는 희정이가 친구의 핸드폰을 훔쳤다고 해서 일어난 일이다. 희숙이는 이렇게 화가 난 아빠를 피해 도망가 교실 한쪽에 쪼그리고 숨었다. 화가 난 아빠를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가 말렸지만, 아빠 이창수 씨는 “당신 딸이여? 당신이 뭔데 상관이여!”라며 여전히 딸 희숙이에게 “죽여버리겠다. 빨리 나와”라고 소리를 질렀다.

 

희숙이의 엄마는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 지금은 아빠와 이혼했고 희숙이는 아빠가 양육하고 있다. 희숙이의 아빠 이창수 씨는 평소에 별로 말도 없고 자녀들을 잘 보살펴준다. 그런데 다혈질적이고 급한 성격 탓에 자녀들이 두려움에 떨곤 한다.

 

△수도권 제외 아동학대 전북 1위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해마다 아동학대 주요 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아동학대 신고접수현황을 보면 10년 전이었던 2005년 8000건이었던 신고접수 건수가 2015년에는 1만9209건으로 증가했고,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2015년 5761건이었던 것이 2014년 1만6650건으로 2.9배나 증가했다. 전라북도의 경우를 보면 2015년 1328건의 아동학대 신고 중 1165건이 아동학대 의심사례로 분류됐다.

 

전국적으로 보면 아동학대 신고가 제일 많은 곳은 경기도로 4767건이었고, 서울이 2325건이었다. 전라북도는 경기도와 서울시, 경상북도에 이어 네 번째로 아동학대 신고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서 아동학대 사례로 판별된 것은 아동학대 신고율과는 다르게 경기도가 2972건, 서울시 1179건에 이어 전라북도가 세 번째로 많은 889건을 기록했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아동학대 사례로는 전북이 1위를 기록했다.

 

△아동학대 가정에서 주로 발생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제일 높게 발생한다. 전북지역의 경우 아동학대 889건 중 아동의 가정 내에서 707건이 발생했고, 학대를 한 가해자의 집에서 43건, 아동복지시설에서 36건, 학교 24건, 유치원 13건 순으로 발생했다. 학대는 대부분 가족관계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주요한 원인으로는 부모에 의한 요인, 아동에 의한 요인, 가정과 사회적 요인 등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모에 의한 요인으로 부모가 미성숙하고 양육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며 자녀에 대해 지나친 기대감을 갖는 것이 문제의 원인으로 분석한다. 아동에 의한 요인으로는 아동이 부모에게 신체적·심리적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부모를 지치게 했을 경우에 발생한다. 가정적·사회적 요인으로는 가족관계에 갈등이 존재해 가족 상호작용이 약화되는 것과 이혼이나 재혼 등으로 가족구조의 변화로 인해서도 발생한다. 또 사회적으로 자신들을 지지할 수 있는 체계가 결여되었을 경우에도 학대가 발생한다.

 

아동학대는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 학대, 방임 등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학대는 하나의 유형으로 나타나지 않고 중복 피해를 입히는 형태로 많이 나타난다. 신체적 학대와 정서적 학대가 함께 발생하면 이것은 중복학대로 분류된다. 학대의 가장 많은 부분은 중복학대가 383건으로 제일 많고, 뒤이어 방임이 209건으로 많다. 정서적 학대는 184건, 신체적 학대 66건, 성 학대가 47건으로 나타났다.

 

△전북지역 다문화가정 아동학대 연간 80여건 추정

 

다문화가족 아동에 대한 학대는 공식적으로 통계로 분류돼 있지는 않다. 보건복지부에서 해마다 발표하는 ‘아동학대 주요 현황’에도 다문화가족 아동에 대한 학대 현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라북도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자체 자료에 의하면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만 해도 아동학대는 36건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준이라면 1년에 80여건 가까이 다문화가정의 아동이 학대를 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얼마 전 베트남 이주여성은 아동에 대한 학대로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아이는 엄마에게 빰을 맞았는데, 얼굴에 손자국이 오랫동안 남아 있을 정도였다. 이 일로 인해 베트남 이주여성은 상담을 받기도 했지만, 가해 행동에는 변화가 없었다. 한 번은 아이를 심하게 매질하는 것을 목격한 시부모가 며느리를 아동학대 가해자로 신고했다. 결혼이주여성은 “베트남에서 아이들이 잘못하면 이렇게 매질을 해서 가르친다. 나도 어렸을 때 이렇게 자랐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토로했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정착한 이주여성들의 자녀 양육방식은 한국과는 다른 부분이 많다. 이주여성 당사자 국가의 민주주의와 인권의식은 그들의 문화적 삶의 방식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문화적 삶의 방식과 교육적 행위는 한국에서 자녀를 양육함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친다. 이주여성이 어린 시절 성장하면서 인권을 존중할 수 있는 배경을 가졌다면 그만큼 건강한 가족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반면 부모로부터 존중받지 못하고 학대에 직면한 경우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 가족을 구성했을 때, 부모의 폭력성을 동일하게 투영시킨다.

 

△교육적 체벌은 훈육 아닌 학대

 

자녀의 양육방식은 국가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난다. 결혼이민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양식과 양육 방법도 우리 사회는 존중해줘야 한다. 그러나 출신국가의 문화와 교육 및 양육방식 등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전제해 먼저 수용할 필요가 있다.

 

전북아동보호전문기관 김완진 관장은 “내 자식은 내가 키운다. 나도 맞고 컸는데 어때서 그러냐”는 반응을 현장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적 목적의 체벌이 우리 사회 속에서 용인되고 있는데, 제도적으로 다양한 대책이 강구된다고 하더라도 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성숙해 바뀌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대는 교육적 목적하에 쉽게 훈육적 체벌로 둔갑한다. 아동이 부모의 체벌로 인해 두려움에 떨고 심리·정서적 불안감에 휩싸인다면 그것은 분명 훈육이 아닌 학대이고 폭력일 것이다.

 

■ 방임도 아동학대다

 

물리·교육·의료적 책임 외면 / 심리·정서적 불안 증폭시켜

 

필리핀 이주여성 마가리타 씨(가명)는 한국인과 혼인해 세 명의 아이를 두고 있다. 마가리타 씨는 저녁마다 특별한 장소를 찾는다. 자신의 자녀들을 데리고 그 곳으로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며 술도 마시고 잦은 도박으로 오랜 시간을 보낸다. 엄마가 술 마시고 도박을 하고 있는 사이에 아이들은 방치가 되어 있는데 도로에서 뛰어다니며 놀기도 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2015년 아동학대 주요 현황 긴급자료에 의하면, 아동폭력의 유형 중에 중복피해를 받는 유형을 제외하고는 방임이 제일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방임은 ‘신체적·정서적·사회적으로 건전한 발달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호 및 책임을 완수하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방임은 물리적 방임과 교육적 방임, 의료적 방임 등으로 분류를 할 수 있는데, 방임으로 인해 아동이 성장기에 제대로 된 교육과 의료서비스 등을 받지 못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양육하고 있는 부모는 자녀들에게 밥을 제때 주지 않아 자녀들이 지속적인 배고픔에 놓이기도 한다. 주거상태는 너무 열악하고 더러워 자녀들이 감기와 폐렴 등 항상 질병에 노출돼 있는 경우도 많다. 자녀들의 의복에도 무감각해 계절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옷을 입고 다녀 또래 아동들로 부터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방임은 아동학대이다. 아동은 방임으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심리·정서적 불안이 가중된다. 이러한 불안정성은 아동을 폭력적 성향으로 변모시키고 마약과 범죄로 쉽게 빠져들게 한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는 방임가운데 있는 아동들에 대한 적극적 관심을 가져 이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전라북도에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의 방임, 정서적 학대, 신체적 학대, 성 학대 등을 예방하고 적극적인 보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 이지훈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전라북도거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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