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어려움 있지만 즐겁고 행복한 일하며 사회·공동체 발전 희망
지난달 청년 실업률이 10.9%를 기록했다. 고용시즌 역대 최대치이다. 청년실업자 수만 해도 48만 명에 육박한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도서관과 고시원으로 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청년들이 취업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의 손에는 펜 대신 기타가 쥐어져 있고, 누군가는 취업 자기소개서 대신 자신이 만든 조직체를 홍보하기 위한 글에 매진한다. 아직은 ‘청년’이기에 이상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멈추지 못하는 그들을 만나봤다.
△이젠 어엿한 가수, 2인조 어쿠스틱밴드 ‘이상한 계절’ 김은총 씨= 5년 전 전북대학교 캠퍼스 부근에서 쑥스럽게 거리공연을 시작했던 한 밴드는, 어느덧 세 개의 싱글앨범과 하나의 EP앨범을 낸 어엿한 ‘가수’가 되었다. 음악을 전공한 적이라고는 없는 한 사학생도 김은총 씨(29)와 그가 만든 2인조 어쿠스틱밴드 ‘이상한 계절’의 이야기다. 이상한 계절은 지난 2011년, 당시 전북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은총씨와 뜻이 맞는 학우들이 만나 결성된 밴드이다. 몇 차례의 멤버교체를 거쳐 현재는 박경재 씨와 함께 2인조 듀오를 구성해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룹명이 ‘이상을 향한 계절’의 줄임말이라고 말하는 은총씨는 그 말과 같이 이상을 좇아 음악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사학이 전공이었던 그에게 음악은 항상 도전, 그 자체였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전북대학교에서 활동하는 동아리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제 그들은 공연 횟수만 300회 이상을 넘긴 전주에서 제법 알아주는 밴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실력을 인정받아 현재는 전주MBC ‘정오의 희망곡’에서 ‘이상한 라이브’도 진행하고 있다.
△취준생 아닌 ‘대학언론협동조합’이사장 정상석 씨=
약 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조그마한 잡지가 있다. 정상석 씨(26)는 이 조그마한 잡지에 자신의 꿈을 실었다. 그리고 그 꿈은 조금씩 실현돼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초의 ‘프랜차이즈 대학신문’이 만들어졌다. 상석씨는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전북대학교에서 학보사 기자 활동을 했다. 편집장까지 지냈다. 그러나 그가 대학신문에 느낀 것은 ‘애착’ 보다는 ‘한계’였다.
그는 대학신문의 재정권이 대학에 귀속되어 있어 자유로운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대학신문도 광고와 구독료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독립된 재정권을 확보한 신문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의 생각은, 그를 ‘취준생’이 아닌 대학언론협동조합 ‘이사장’으로 만들었다. 3학년을 마친 이후 그는 다짜고짜 서울로 올라갔다.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들을 찾아 헤맸고, 실질적인 계획도 세워나갔다. 그 결과 2013년 11월, 비로소 그가 구상했던 첫 독립언론 ‘외대알리’가 발간됐다. 무일푼으로 무작정 시작한 그의 도전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명색이 이사장이었지만, 분식집에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가며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현재는 4개 대학에서 독립언론 ‘알리’를 발행하며 제법 구색을 갖춘 조합을 만들어 냈다.
△청년들의 희망, 꿈을 이야기하는 사회운동가 김윤권 씨= 수많은 지식인과 전문가들이 의견을 공유하는 지상파TV의 한 토론방송에서, 아직 30대 초반의 젊은이가 당당히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그리고 그 속에서 청년들이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김윤권 씨(33)는 그렇게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청년을 이야기한다.
윤권씨는 사회에 청년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해 오고 있다. 민주평통 전주지역회의에서 2030 대표를 맡는가 하면, 직접 청년단체인 ‘청년발전소’와 ‘청년들’을 만들어 움직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대표 신분으로 TV 토론회에까지 나왔으니, 이제는 어엿한 ‘사회운동가’라 말할 수 있겠다. 대학시절부터 그는 2차례 낙선의 고배를 마시고도 ‘3수’ 끝에 총학생회장에 당선되는 등 ‘도전’의 아이콘이었다. 남들보다 다소 늦은 나이에 대학을 졸업했지만, 그의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늘 주변에 함께 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좋은 활동을 해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했고, 자신 역시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한 생각에 최근에는 전주에 출마한 한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를 함께하기도 했다.
△경제적·안정적 영역에서 딜레마 빠지기도…= 사실 그들의 도전이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이상한 계절’은 아직까지 음악활동을 통해 창출된 수익을 사적으로 배분하지 않고 음악에 다시 투자한다. 따라서 개인적인 생활을 위한 생활비를 따로 벌어야 하는 실정이다.
김은총 씨는 “나이가 차 가며 가족들에게도 눈치가 보인다”며 “남들처럼 안정적인 직장을 구직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털어놓았다. 사실, 그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는 등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딜레마를 겪고 있다.
김윤권 씨 역시 각종 사회활동만으로 경제적인 영역을 챙길 수 없어 짬뽕집, 가맥집, 커피숍 등 다양한 자영업을 병행해 보기도 했다. 그 역시 “자리를 잡길 바라는 가족들의 기대가 부담이 되거나 어려울 때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힘들 때도 있지만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 내가 더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보면 힘들더라도 지금 가는 길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어려움을 극복한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한편 정상석 씨의 경우 타인과 비교하는 것 자체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대학졸업과 군 입대까지 모두 미룬 채 현재의 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그에게 이미 현실적인 영역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상석씨는 “취업활동을 한 친구들보다 많은 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어쨌든 굶지는 않을 수준의 생활비는 마련할 수 있다”며 “내가 남들보다 나을 수 없는 부분보다, 지금 하는 일이 즐겁고 행복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고 딜레마를 극복하는 자기만의 방법을 이야기했다.
△청년들이 도전 ‘안’한다? ‘못’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하는 도전이 남들과 조금 다를 뿐, 더 대단하지는 않다고 이야기한다.
김은총 씨는 “음악이 힘들고 가난하다고 하지만, 구직을 위해 고시원에서 배고프게 공부하는 청년들도 결코 우리보다 편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현실 속에 이들에게 도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정상석 씨 역시 “구직이야 말로 최고의 도전”이라며 청년들이 도전정신이 없다는 통념을 꼬집었다.
은총씨는 구조적인 모순도 꼬집었다. 특히 예술분야의 경우 아직까지 그것을 너무 ‘저렴하게’ 이용하려는 통념이 강해 영세 예술인들이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정말 어렵게 음악생활을 이어가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음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그것을 시도하라고 감히 말할 수가 없다”며 “기성세대들이 우리가 마음 편히 이상을 좇을만한 환경을 만들어주지 않고서, 우리에게 도전정신이 없다고만 말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 이라고 전했다.
한편 김윤권 씨는 ‘3포 세대’ 속에서 결혼과 출산까지 모두 성공한 경험자다. 윤권씨는 “출산과 육아를 해 보니 저출산 문제의 이유를 정말 잘 알게 됐다”면서도 “사회가 출산과 육아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들의 동력, 그것은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가치’= ‘이상한 계절’은 활동의 저변을 넓혀 더 많은 사람과 음악적인 소통을 하기 위해 곧 서울로 떠날 예정이다. 김은총 씨는 “그 곳에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어느 정도 인정받은 전주에서와는 다를 것”이라고 새로운 도전을 예견했다.
언뜻 보기에 이들은 각자 활동 영역과 목적 등에 있어 어떠한 공통점도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다. 대학언론협동조합의 궁극적인 목적을 묻는 질문에 상석씨는 “모든 대학생들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고 호기롭게 답한다.
‘이상한 계절’은 각종 추모행사 및 평화집회에 꾸준히 참석해 사람들을 위로하고 또 그들과 공감한다. 윤권씨 역시 더 나은 사회와 청년들의 삶을 위해 오늘도 공부하고, 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렇듯 천편일률적인 목표 속에서 다른 도전을 선택한 이들은 ‘현실’보다 ‘가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의 발전만큼이나, 사회와 공동체의 발전과 행복을 희망한다.
그리고 그 점은, 조금 서툴고 미숙해도 우리가 그들을 응원해야 할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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