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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결혼이민자의 취업

직업교육 받고 싶어도 눈앞 생계 급해 단순 노무직으로

▲ 전주시에서 실시하는 아동요리지도사 자격증 과정에 참여해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

다문화가족들의 경제적 상태는 불안정성이 높다. 취업을 하거나 소규모 가게를 한다거나 가정경제의 안정성을 도모하지만, 가구의 소득이 크게 향상되는 것은 쉽지 않다. 전북지역의 다문화가족은 저소득 가구의 비율이 높은 편이다.

 

‘2015년 전북형 다문화가족중장기 발전방안연구’에 의하면 지난 1년간 월평균 가구소득은 ‘100만원~199만원’이 38.6%로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200만원~299만원’이 28.8%를 차지했다. 100만원 미만인 가구는 10.1%로 2009년, 2012년 전국 조사결과보다 낮다.

 

경제적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장을 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다문화가족이 고용되어 있는 직종을 보면 저숙련 직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아 일용직 등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고용환경에 놓여있지 못하다.

 

전라북도 여성 결혼이민자의 고용률은 56.9%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들 응답자의 89.7%는 저숙련 직종에 종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종 분포는 전국에 비해 서비스 종사 규모는 훨씬 낮고, 농림어업 종사자는 3배 가까이 높다.

 

다문화가족의 경제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전라북도는 14개 시군과 함께 각 지역에 설치돼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취업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전주시의 경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밑반찬창업대비과정, 생활공예사 양성과정, 아동요리지도사 자격과정, 정보기술자격 ITQ 엑셀·한글과정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전북여성새로일하기센터 등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연계해 객실관리사 양성과정을 실시하고, 제과생산인력 양성과정을 전주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함께 실시하고 있다.

 

이렇듯 전북지역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결혼이민자들이 다양한 자격을 취득하고, 각 취업처와 연계해 고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결혼이민자들에게 일정한 취업교육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결혼이민자들은 당장에 생계를 해결하고 가계의 경제적 열악성을 탈피하기 위해 식당이나 생산 공장의 단순노무형태의 직종에 곧바로 취직하기를 희망한다.

 

전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취업담당 송미현 씨는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어도 배우고 좀 더 전문적인 실력을 길렀으면 좋겠는데, 직업훈련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 토로했다.

 

결혼이민자들이 취업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한국어 능력 3급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 취업교육 강사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교재의 내용을 잘 습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정한 한국어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면 교육적 효과를 가져올 수 없다.

 

“한국어 배우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요. 일을 해야 돼요.”

 

캄보디아 결혼이주여성 유니 씨는 한국어 교육과 더불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교육을 받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평일에는 일이 늦게 끝나고 피곤해서 다른 것은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결혼이민자들은 당장 어려움에 직면한 가정의 경제적 문제를 빨리 해소시켜야 하는 긴급성으로 인해 전문기술을 배우고 자기 전문성을 향상시키고 싶은 바람은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만 하다. 결혼이민자들에 대한 취업지원 전략은 단기적인 취업과 중장기적인 취업지원 전략이 필요하다. 당장에 생계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좋은 직업훈련과정이 있다고 해도 중장기적인 직업훈련과정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고 단기적 일자리로서 당장의 생계만을 이어가게 된다면 이들이 전문 인력으로 양성되지 못하고 항상 불안정한 단순 일자리에 종사할 수밖에 없다.

 

향후 우려되는 것은, 결혼이민자들이 단기적이고 단순 일거리에만 집중하다보면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으로 고착화되는 사회적 환경이 조성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동준 팀장은 “결혼이민자들이 3D업종에서만 일하는 집단으로 게토(ghetto)화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다양한 일자리와 다양한 전문기술을 가지고 우리 사회에 고르게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단기적 취업지원정책과 중장기적 취업지원정책을 고르게 펼쳐 다문화가족이 우리 사회 속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전주서 쌀국수집 운영하는 부티닌씨, 점심시간 지나면 손님 끊겨 저녁엔 다른 식당서 설거지

“저녁때는 사람들이 안와요. 그래서 오후에는 알바를 시작했어요.”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부티닌 씨의 말이다. 부티닌 씨는 전주시 신중앙시장에서 쌀국수집을 열어 장사를 하고 있다. 6개월째 장사를 하고 있지만 점심때 이외에는 장사가 신통치 않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전통시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많지 않다.

 

“장사해서 번 돈보다 재료비가 더 들어가는 때가 많아요”라고 한숨을 쉬면서 장사가 잘 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티닌 씨는 최근에는 쌀국수 이외에 다른 메뉴를 추가했지만 저녁 시간 때 사람들이 왕래하지 않아 하루 중 반쪽 장사를 하고 있다. 부티닌 씨는 결국 점심 장사에 집중하기로 하고, 오후 6시 이후부터 새벽 1시가 넘도록 다른 업체의 식당에 나가 설거지 일을 시작했다.

 

부티닌 씨는 전주 신중앙시장에 쌀국수집을 열기 전에는 제과공장에서 빵을 만드는 일도 했고, 호두빵 가게에서도 일했었다. 제과공장에서 일할 때에는 매일 밀가루 반죽을 쉴 틈 없이 젓다보니 반복적인 작업으로 인해 팔목에 이상이 생겨 파스를 붙이면서 일을 해야 했다.

▲ 부티닌씨가 창업하여 운영하고 있는 베트남 쌀국수집.

건강문제로 얼마간의 휴식기간을 거친 부티닌 씨는 전주시의 지원으로 창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고 창업을 선택했다. 창업을 선택했지만, 부티닌 씨의 경제상태는 이전보다 훨씬 더 불안하다.

 

부티닌 씨는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혼자서 양육하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 자신의 아픈 과거의 일을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아픔을 딛고 억척스럽게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만 하는 부티닌 씨는 아들 기철이(가명)와 놀아주고 학교공부도 도와줄 수가 없다. 이제 다른 식당에 나가 새벽 1시 까지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 아들 기철이 에게 여간 미안하고 안쓰럽기만 하다.

 

결혼이민자가 한국사회에서 홀로 정착해 나가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제도적 지원책과 이웃들의 사랑의 손길이 절실하다. 도움 문의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243-0333.〈끝〉

▲ 이지훈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전북도거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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