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점·연예인 섭외 등 논란 / 새로운 콘텐츠 개발 뒷전 / 휴강 등 학습권 침해 불만도 / 개최 목적·의미 고민해야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 갔다. 가을은 축제와 함께 우리 앞에 나타난다. 대학 캠퍼스에도 어김없이 축제는 찾아온다. 푸른 봄 ‘청춘’이 가을과 어우러지는 대학축제. 그러나 그들의 ‘청춘’은, 항상 그렇게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천편일률적인 대학 축제…핵심은 ‘주점’
대학축제는 보통 각 대학의 학생회 주관으로 진행된다. 매 해 새로 선출되는 학생회는 특색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다채로운 주제를 선정한다. 가령, 전북대학교(이하 전북대) 축제인 대동제는 지난해 ‘참여’를 주제로 진행됐고 3년 전인 2013년 대동제는 ‘소통, 도전, 행동’을 컨셉으로 개최됐다.
그러나 형식적인 차이만 있을 뿐, 대학축제의 형태는 지극히 천편일률적인 형국이다. 주된 콘텐츠는 동아리에서 진행하는 부스전시나 무대 공연, 그리고 주점 외에는 전무하다. 무대공연마저도 춤이나 노래와 같은 ‘장기자랑’ 수준이 대부분이기에 차별화된 무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축제 주점은 특히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2~3일간 진행되는 대학축제 기간 내내 학내 전역에 포진되는 주점들은 면학 분위기를 해하고 캠퍼스를 오염시키기 쉽다. 또 주점은 학과 학생회 및 동아리와 같이 전문성이 떨어지는 학생 조직들이 운영하다보니 판매하는 식품의 위생문제도 우려된다.
이 같은 주점 중심의 대학축제에 대한 우려와 지적이 이어지자 대전에 소재한 국립대인 한밭대학교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두 해에 걸쳐 ‘술 없는 축제’를 열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섭외 비용도, 인물도 논란…연예인 섭외문제 ‘골머리’
연예인 섭외문제 역시 대학축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올해 초 전북대에서는 전북대를 중도 자퇴한 전주 출신 가수 ‘블랙넛’을 대동제에 섭외할 계획이었으나, 해당 가수의 약자비하·여성혐오 행실로 인한 논란으로 섭외가 취소됐다. 당시 학교 커뮤니티 상에서는 해당 문제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대립이 첨예하게 이뤄지며 갈등과 불신만 커졌다.
사실 연예인 섭외와 관련된 문제는 꽤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전북대는 지난 2012년 연예인 공연에 9,300만원을 지출하며 전국 최고액을 차지하는 오명을 썼다. 지난해 또한 축제 예산의 절반이 넘는 4,000만원 수준을 연예인 섭외에 쓰며 축제의 ‘연예인 판’ 논란을 이어갔다. 더불어 축제 예산의 대부분이 연예인 섭외에 투입되다보니 새로운 콘텐츠의 개발은 더욱 더뎌질 수밖에 없다.
△잦아도 너무 잦은 대학축제…학습권 방해도
대학축제가 지나치게 잦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북대 총학생회의 경우 1,2학기에 각각 ‘대동제’와 ‘학술문화체육한마당’을 개최해 한 해에 총 2회의 대학축제를 진행한다. 뿐만 아니라 2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는 각 단과대학에서도 순차적으로 개별 축제를 진행해 사실상 한 달 내내 축제 기간이나 다름없다. 실제로 지난 2014년에는 9월 17일부터 10월 8일까지 총 10개의 단과대학에서 연달아 축제를 벌였다. 심지어 일부 단과대학들은 축제와 별개로 체육대회까지 따로 개최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행사의 수는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단과대학 축제의 경우 강의실이나 도서관이 위치한 각 단과대학 건물 바로 앞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면학분위기 방해를 초래한다. 장대균 씨(전북대·10학번)는 “강의실에서 야간 영어수업을 수강하고 있었는데 건물 바로 앞에서 축제가 벌어져 수업이 집중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잦은 축제 속에서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많다. 실제로 지난달 27일에는 한 단과대학의 축제를 이유로 일부 수업이 휴강처리 되기도 했다. 해당 단과대학에 속한 장현서 씨(전북대·16학번)는 “대학을 다니는 주목적이 학업임에도 불구하고 축제 때문에 수업을 휴강한다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며 학습권 침해에 대한 불만을 전했다.
한편 전북대는 지난해의 경우 2학기 축제인 학술문화체육한마당을 개최하지 않고 6개 단과대학이 함께 ‘육성제’라는 공동축제를 열어 축제의 수를 파격적으로 줄이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다시 기존의 축제방식으로 돌아가며 또다시 수많은 단과대학 축제를 양산하게 됐다.
△축제 목적에 대한 진지한 고민만이 활로
대학축제의 잦은 시행착오는 축제의 주관인 학생회가 전문적인 집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학생회는 1년이라는 짧은 임기로 매 해 새로이 선출되고, 축제 외에도 여러 사업을 진행해야 하기에 체계적이고 항시적인 축제 준비위를 구성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금의 축제문화를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결국 학생들의 니즈에 있다. 특강과 같은 학술적인 행사를 시도해도 반응이 시원치 않아 결국 연예인 섭외나 주점 등 축제 흥행에 도움이 되는 콘텐츠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최근에는 조직위원회를 갖춘 외부 축제단체가 캠퍼스 내에서 축제를 진행하는 형태도 관찰된다. ‘유니브엑스포’가 그 예다. 유니브엑스포는 대학생들로 축제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매년 전국 각지에서 축제를 개최하는데, ‘유니브엑스포 전주’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줄곧 전북대에서 개최돼 또 다른 대학축제 역할을 하고 있다.
유니브엑스포의 경우 비교적 항시적이고 체계적인 조직위를 가졌고 콘텐츠도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 취업·창업에 대한 컨설팅 박람회라는 점에서 온전한 축제로 보기는 어렵다. 아울러 ‘그 대학의 축제’는 아니기에, 궁극적인 대안은 되지 못한다.
결국 대학축제에 대한 목적과 의미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제고해 보는 수밖에 없다. 단발적인 흥행에 집착하고, 인원을 동원하기 위해 수업 휴강을 요구하며 학생들의 강제적 참석을 종용하는 ‘꼰대적’ 마인드로 대학축제를 정상궤도에 돌려놓을 수는 없다. ‘축제’가 진정한 ‘축제’가 되기 위해, 이제는 변해야 할 때다.
● [과거의 대학축제는] 지역 주민 함께 하던 행사, 웅변·음악경연 등도 열려
매년 어김없이 찾아오는 대학축제. 과거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전북대는 1980년대까지 개교기념일에 축제가 동반됐다. 1955년 개교 3주년 행사는 보름간이나 진행되기도 했다. 충청·호남권에서 최초로 설립된 국립대였기에, 전북대의 개교기념일은 매우 경사스러운 날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개교기념 축제는 대학 구성원뿐만 아니라 도민 모두가 참여하는 지역축제의 장이었다. 도내 축구대회가 열렸고, 국어부와 영어부로 나뉘어 웅변대회도 개최됐으며 1958년에는 삼남지방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음악경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군부정권으로 인해 행사가 축소됐던 60년대를 지나 1970년대에는 본격적인 축제의 장이 마련됐다. 당시 개교기념행사와 함께 진행됐던 총학생회 축제의 이름은 ‘비사벌 축제’. 서예전이나 시화전, 바둑대회가 개최되는 등 오늘날의 축제보다 더욱 ‘대학축제 다운’ 축제의 현장이었다. 1978년의 경우 지역 내 가뭄이 심해 축제를 대폭 축소하고, 축제예산 일부를 한해용수기 구입비로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등 지역선도대학으로서의 품격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화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1980년대에의 비사벌 축제에서는 이세종 열사를 비롯한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당시 대학축제는 단순한 ‘놀이’가 아닌 지성인으로서의 책임의 장이었다.
1991년 개교기념행사와 축제가 분리되며 오늘날의 ‘대동제’가 탄생해 비사벌 축제는 역사가 되었다. 민주화의 구호는 자기개발과 개혁 같은 용어로 대체됐다. 개인주의는 가속화됐으며 자발적으로 축제에 참여하는 구성원들도 줄어들어 축제는 점점 오늘날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술과 유희로 가득한 오늘날 대학축제의 모습은 과연 부끄럽지 않은 것일까? 과거의 거울 속에, 그 대답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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