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통시가 하이쿠도 선봬
지난 1991년 <문예사조> 로 등단한 시인은 꾸준히 글을 써 <쪽씨를 심던 날> <꽃비가 오네> <풀꽃이고 싶다> 세권의 수필집을 엮었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시작(詩作)으로 이어졌고, 지난 2011년 시인으로 다시 등단했다. 이후 5년여만에 제법 묵직한 첫 시집을 내놓았다. 풀꽃이고> 꽃비가> 쪽씨를> 문예사조>
노시인은 “수필 쓰던 버릇으로 장황해지는 시를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고 털어놓았다. “시를 쓰고 있는 동안 내 안 깊이 숨어있던 ‘또 하나의 나’가 푸르게 반질대던 깨끗한 에너지를 쉼없이 공급해주었고, 감미한 사랑의 밀어를 들려줘 기쁘고 감사했다”고도 덧붙였다.
시에 대한 열정과 허기를 깊은 연륜과 젊은이의 정서, 현대적 시풍으로 다듬어낸 시집은 시인을 닮아 정갈하면서도 기품이 있다.
시집에 수록된 70여편의 시는 연만(年晩)한 작가의 삶과 그가 깨친 삶의 이치, 자연의 이법 등 철학적 사유가 담겨있다. 서정성에 서사와 지성이 강한 것도 특징이다.
‘죽고도 죽지 않은/ 죽고도 살아있는// 한 뼘 삭정이도 남기지 않고/ 다 타버린 재/ 황홀하게 펄럭이며 타는 불꽃/ 완전한 소멸만이 죽음의 극치라 찬미했다// 지금 내 앞에 죽고도 죽지 않은/ 장엄한 신비 누워 있어/ 생명 질서의 불가사의를 보이고 있다// 나무로 오백년/ 돌로 오만 년을 살았다는// 나는 고목에 깃든 수염 난 영혼을 사랑했고/ 영혼앞에 비손하던/ 어머니의 손끝을 사탕보다 좋아했다. 그런데/ 영혼이 가버린 차가운 몸/ 내 더운 가슴에 어찌 않을지//…’( ‘규화목’일부)
일본 유학시절 접한 전통시가(詩歌) 하이쿠(俳句)도 20여편 선보였다.
‘앵두꽃 그늘/ 찰랑 넘은 옹달샘/ 머리를 감는’( ‘가는 봄날’) ‘하얀 눈위에/ 멧새의 꽃 발자욱/ 발갛에 언 발’( ‘애상)’
소재호시인은 시인의 시에 대해 “생사의 경계를 허물고, 이승과 저승의 울타리를 뭉개는, 구상과 추상이 한가지 태로 짓고, 시공을 나란히 병치시켜 하나의 항아리에 몰아넣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고 평했다.
규화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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