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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덜나다] "대감님 나가신다~" 큰소리쳤던 '거덜'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극에 보면 대감이나 높으신 분이 지나갈 때 그 앞길에서 “쉬~ 물렀거라. 대감님 나가신다~”라고 외치는 사람이 나온다. 그러면 보통사람은 다 비키거나 길바닥에 납작 엎드린다. 바로 그 대감님 앞길에서 큰소리치는 사람이 ‘거덜’이다.

 

조선 시대 주요 통로였던 종로 주변의 백성들은 높은 관리들이 지나갈 때마다 고개를 굽히며 예를 갖춰야 했기 때문에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예를 갖추지 않았다가는 현장에서 바로 거덜의 발길질에 치도곤을 당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피맛길’이다. ‘피맛길’은 높은 사람의 말(馬)을 피(避)한다는 데서 온 말인데, 사실은 그 말 옆에 따르거나 앞장서서 거들먹거리는 거덜을 피하는 것이었다.

 

사실 높으신 분 보고 엎드린 것이지, 대감님 나가신다고 큰소리치는 거덜 보고 엎드린 것은 아닌데 거덜은 마치 자기보고 사람들이 엎드린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런 것을 두고 ‘거들먹거리다’와 ‘거들먹대다’는 말이 생겼다. “신이 나서 잘난 체하며 자꾸 함부로 거만하게 행동하다”는 뜻이다.

 

높은 사람 앞길에서 우쭐대며 걸을 때는 뭔가 있어 보이지만 그때 뿐 아무런 실속이 없는 종 신분인 게 거덜이다. 그래서 이렇게 ‘흔들흔들’한다는 뜻이 더욱 발전하여 살림이 흔들 흔들거리고 밑천을 홀랑 들어먹는 것을 ‘거덜나다’라고 하게 되었다. “재산이나 살림 같은 것이 여지없이 허물어지거나 없어지는 것”을 두고 ‘거덜나다’라고 한다. 옛부터 거드름 피우는 것은 망조다.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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