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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의 변신,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다 ⑥ 타이완 타이베이의 문화재생지구] 일제 잔재에 문화콘텐츠 채우고 '시민 곁으로'

담배공장·양조공장 등 개조, 다양한 문화공간으로 조성 / 시 문화기금으로 사업 운영, 작가·디자인발굴 육성 노력 / 남은 공간 활용방안 모색도

▲ 타이베이 송산문창원구 전시장 외관과 내부 모습. 담배공장 창고로 사용됐던 시설로, 내부에는 컨베이어벨트 등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최근 타이베이를 찾는 외국 관광객에게 크게 주목받는 곳이 있다. 송산문창원구(松山文創園區, Songshan Cultural and Creative Park)와 화산1914창의문화원구(華山1914創意文化園區, Huashan1914 Creative Park), 사사남촌(四四南村), 보장암국제예술촌(寶藏巖國際藝術村, Treasure Hill Artist Village) 등. 일제강점기 각각 공장과 군사시설이었던 이들 공간은 지금은 모두 문화시설로 옷을 갈아입었다. 특히 이들 공간은 타이베이 도심 곳곳에서 예술가와 시민들의 만남의 공간으로 크게 사랑받고 있다.

 

△1990년대부터 새로운 기능 모색

 

2차 세계대전때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은 타이완에는 군수산업 잔재가 유난히 많다. 일제는 전쟁자본확보를 위해 타이베이에 대규모 담배공장과 양조공장 등을 지었고, 도심 곳곳에 군사시설도 마련했다. 패망 후 이들 시설은 타이완정부에 넘겨졌고, 오랫동안 국영산업체로 유지됐다. 199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산업과 무역구조가 개편되고,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이뤄지면서 타이완에서도 이들 시설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이때 타이베이 시정부가 택한 것이 문화육성정책이다. 시 산하에 ‘타이베이시문화기금회(台北市文化基金會, Taipei Culture Foundation)’를 만들고 문화정책을 확장했다. 문화기금회는 송산문창원구와 보장암국제예술촌 등 도심내 문화시설 조성과 운영, 영화축제 등 문화행사, 미술관 운영, 예술인 해외활동 지원 등 다양한 문화사업을 하고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화산1914

▲ 화산1914창의문화원구는 양조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한 곳이다.

타이베이 도심에서 가장 먼저 문화재생이 이뤄진 곳이 ‘화산1914창의문화원구’이다. 1914년 일본인이 지은 양조장을 정부가 매입해 운영하다 1987년 공장이전으로 시설이 비었다. 정부와 문화예술인들이 새로운 기능 모색을 위해 머리를 맞댔고, 1997년 예술인들이 화산문화지구진흥협회를 설립해 화산1914 조성에 참여했다.

 

화산1914는 소유는 국가지만 민간이 위탁운영한다. 공연장과 전시장 독립영화관 서점 공방 까페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들어서있다. 타이베이 중앙역 인근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한데다 붉은 벽돌창고 수십채가 몰려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로도 주목받고 있다.

 

△문화정책 뒷받침하는 송산문창원구

 

최근 타이베이시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 송산문창원구다.

 

이곳은 1940년 담배공장으로 완공됐다. 1980년대에는 2000여명이 근무하며 타이완 수출을 주도할 만큼 산업의 중심지였다. 이곳 역시 민영화와 공장이전으로 용도가 다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모색했다. 타이베이시는 2001년 이곳을 시등록문화재로 지정하고 문화시설로 용도를 변경했다.

 

송산문창원구가 본격적으로 조성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4만2840㎡의 부지에 사무동과 생산공장 정비소 수리공장 창고 어린이집 검사소 등 십여채가 넘는 건물이 온전하게 남아있는데, 이들 시설을 문화공간으로 재단장해 2011년 정식 개관했다.

 

송산문창원구는 전시장과 공연장이 중심시설이다. 특히 이곳의 전시장은 신진작가와 디자인분야에 활짝 열려있다. 디자인산업은 타이베이시 주력 분야이기도 한데, 시는 지난 2011년부터 매년 세계디자인전시회를 이곳에서 열고 있다. 디자인박물도 원구내에 운영하고 있다.

 

작가발굴과 육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촨린(釧玲) 송산문창원구 마케팅팀장은 “송산문창원구는 정부가 지원하는 시설인만큼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문화예술장르를 육성하고 있다”면서 ”문창원구내 상업공간을 신진작가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민간기업이 투자한 쇼핑몰도 들어서있다. 서점기업인 성품(成品)서점이 민간투자방식으로 지은 쇼핑몰에는 공방과 호텔 등이 입점했는데, 공방은 예술가들이 직접 운영하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송산문창원구 재생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검사소와 제어실 등 아직도 비어있는 공간이 남아있어 이들 시설활용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역사와 문화 만나는 공간

▲ 입구에는 시민들이 즐겨찾는 넓은 광장이 조성됐다.

군사시설을 문화적으로 재생한 사사남촌과 보장암국제예술촌도 타이베이의 자랑거리다. 사사남촌은 군용지로 사용됐던 곳을 전시장과 공원으로, 보장암국제예술촌은 군인 주거지를 작가들의 창작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들 산업 및 군사유산에 대해 철거 주장도 있었지만 타이안정부와 타이베이시가 시민과 예술가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부소유인 이들 시설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이 웨이(易衛) 보장암국제예술촌 매니저는 “타이베이 대부분의 문화재생시설은 주민과 예술가들의 요구로 마련됐다”며 “문화재생이 결정되면 정부가 관련법을 만들고 기금을 조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 시설은 모두 원형을 보존하고, 공간이 지닌 역사성을 공유하는데 공을 들인다. 촨린 팀장은 “송산문창원구 재생시 담배공장과 관련된 유물을 찾고, 훼손된 곳을 건축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일부터 했다”며 “시민들이 송산문창원구에 오는 것은 역사를 지닌 옛 건물과 그 안에 담긴 문화콘텐츠를 동시에 만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송산문창원구와 화산1914, 사사남촌 등은 도심문화공원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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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정 eun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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