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명 후원 제작…학부모와 출판기념회 가져
“1년 중에서 시똥누기 동시집을 내는 게 제일 신났어요. 처음 시를 쓸 땐 어려웠는데 많이 쓰다 보니 쉬워졌어요. 친구들과 선생님의 노력으로 만든 책이어서 오래오래 간직할거에요.”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을 정도로 장난기 많던 군산푸른솔초 4학년 3반 동갑내기들. 3월 한 달 동안 학생들을 말리느라 지친 담임 선생님은 매일 아침 칠판에 동시를 적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동시와 가까워지면서 부드러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몇 주가 흐른 어느 날, 홍성민군이 스스로 일기장에 생애 처음으로 시를 썼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웅성웅성/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리면/ 아이들은 헐레벌떡/ 학교는 항상 너무 바쁘다’(홍성민의 동시 ‘학교’)
짧은 시 안에는 학교 안의 활기참, 웅성거림, 분주한 모습들이 담겨있었다. 칭찬과 격려를 받은 성민군을 시작으로 학생들이 하나둘 시 일기를 적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써진 작품들이 모여 두툼한 시집이 됐다. 군산푸른솔초(교장 심광수) 4학년 3반 30명의 작은 세계가 담긴 그림·시집 <시똥누기> (시와 에세이)이다. 시똥누기>
담임 교사 송숙씨는 “처음 학생들에게 시를 들려줄 때 학생들에게 시를 써보자고 하면 부담을 느낄까봐 감상평만 공유했었는데 하나둘 시를 적어오기 시작해 놀랐다”면서 “학생들의 시가 점점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시집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책은 후원 모금을 통해 만들어져 더욱 의미 있다. 학생들의 싱싱한 상상력이 무성하게 자라길 바라는 200여 명이 책을 제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어른들을 하루라도/ 괴물 나라로 보내자/ 어른들이 화낼 때 무서운데/ 괴물들이 화내면 얼마나 무서울까?/ 어른들이 화낼 때/ 우리들의 마음을 알게 해주어야 해’(박민철군의 시 ‘괴물 나라’)
‘오줌 누고 있는데/ 화장실 바닥에/ 머리카락으로/ b라고 쓰여있었다//화장실 바닥이/ 공부하나보다/ 어려워하는 것 같아/ 내가 그 머리카락으로/ c라고 써주었다’(박규린양의 ‘화장실 바닥’ 중)
열한 살 나이 대에 어울리는 기발한 상상력을 일으키거나 부모님과 친구들에 대한 사랑을 담은 작품들이 많았고 담임 선생님의 심장을 콕콕 찌르는 작품도 있었다. 박민철군은 “직접 쓴 시가 들어간 시집을 받으니 기분이 좋고 시집을 만들면서 협동심도 생긴 것 같다”면서 “우리 시집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같이 즐거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일 학교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시집에 수록된 시를 읽고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크렐레 연주, 노래 ‘에델바이스’ 합창 등도 추억의 한 페이지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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