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위원장·프로그래머 등 1년에 해외영화제 10곳 답사 / 인맥 쌓고 심사위원 초청도…하루 6~8편 보며 작품 골라
전북지역에는 매년 봄과 가을이 되면 돌아오는 대표 국제 축제가 있다. 봄에 떠나는 영화 나들이인 ‘전주국제영화제’와 풍성한 소리 결실을 맺는 ‘전주세계소리축제’. 매년 열흘 정도의 축제 기간이지만 이를 준비하기까지는 꼬박 1년이 걸린다. 하지만 관객들은 축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과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축제가 끝난 다음에는 무엇을 하는지, 내가 보는 영화나 공연이 어떻게 선정됐는지, 관계자들이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무엇인지 등 뒷이야기를 알게 되면 축제를 두 배로 즐기게 될 터. 올해 축제를 앞두고 무대 뒤 관계자들의 역할과 준비 과정에 대해 들어본다.
영화제의 꽃은 두말할 것 없이 영화. 경쟁부문 출품작들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국제’라는 명성에 걸맞은 유수의 해외 초청작을 섭외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이충직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김영진 이상용 장병원 프로그래머 등은 영화제 개최를 앞두고 해외 영화제들을 다녀온다. 작품성 높고 신선한 영화를 발굴하고 한 해의 영화계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전주국제영화제를 해외에 소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보통 이들이 방문하는 영화제는 9~10곳. 유럽권에 있는 로카르노 영화제(스위스), 로테르담국제영화제(네덜란드), 베를린 국제영화제(독일), 카를로비바리영화제(체코), 끌레르몽 페랑 단편 영화제(프랑스), 마르세이유 영화제(프랑스), 런던 아시아 영화제(영국), 북아메리카권의 토론토국제영화제(캐나다), 남아메리카권의 마르 델 플라타 국제영화제(아르헨티나).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한 답사는 지난달 다녀온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와 끌레르 몽페랑, 베를린 영화제를 끝으로 마친 상태.
유럽 영화제들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와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칸영화제(프랑스)의 개최 이후의 유럽 작품들을 살피는데, 마르세이유나 로카르노 영화제의 경우 방향성, 운영 면에서 전주국제영화제와 성격이 유사하다. 특히 로카르노의 경우 야외상영장이 유명한 영화제로, 팀장들도 방문해 야외상영 운영 방식을 배운다. 비교적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토론토국제영화제는 한국 수입사들의 동향을 살피기에 좋다. 마르 델 플라타와는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고 있고, 올해 처음 열린 런던 아시아 영화제도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인 ‘물숨’ ‘최악의 하루’ 등 4편이 초청돼 주목할 만하다.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이 가서 하는 일은 첫째도, 둘째도 영화보기다. 이상용 프로그래머에게 특별한 일화는 없었냐고 묻자 “화려한 배우와 풍경이 가득한 곳에서 기대하는 판타지는 없다”고 답했다.
“하루 종일 비디오실에 틀어박혀 낮인지 밤인지도 모를 정도에요. 초청작을 고르기 위해 하루에 6~8편정도 영화를 보죠. 영화 감독이나 세일즈사 관계자가 함께 와 있다면 즉석해서 초청 결정이 되기도 하고, 아니라면 한국에 돌아와 초청 메일을 보내요. 섭외 과정은 늘 길어지고 지루하고 예상치 못하죠.”
영화제의 크고 작은 파티를 통해 해외 영화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쌓는 것도 이들의 역할. 인연을 맺은 프로그래머나 감독들은 전주에 심사위원으로 오기도 한다.
“최근 2~3년 간 남미 영화를 국내에 많이 소개하면서 남미 영화인들이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높고 참여하고 싶어해요. 아시아권에 소개되는 경우가 별로 없거든요. 유럽은 워낙 영화가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지만 아시아를 못 와본 감독들은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진출하고 싶어하죠.”
전주국제영화제를 해외에 알리는 데에는 무엇보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영화 지원, 제작, 배급을 아우르는 영화제의 연계사업)가 큰 몫을 했다. 이 프로그래머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제작한 ‘자유낙하’가 카를로비바리영화제에서 3관왕을 수상한 것을 예로 들며 “전주에서 제작하는 작품이 해외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될 때 전주국제영화제에 대한 평가와 인식을 함께 하게 된다”면서 “젊고 탄탄한 국내 신작들도 전주에 몰려 있다보니 ‘좋은 영화를 생산하는 곳 중의 하나가 전주국제영화제’라는 인식이 크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상영작 발표 공식 기자회견을 앞두고 현재는 작품 선정이 거의 마무리 된 상태다. 남은 작업은 영화제 카탈로그에 수록될 설명글을 작성과 상영 시간표 구성, 이벤트 및 부대 행사 섭외 등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는 개막작을 포함해 깜짝 놀랄 작품들이 많다. 이번 슬로건이 ‘영화 표현의 해방구’인만큼 대안 독립 정신으로 호평을 받았던 지난해보다 과감하게 구성했다.
“사실상 정치적 검열은 많이 있어왔고 가장 무서운 것은 자기 검열이에요. 영화가 담당해야 할 몫과 목소리가 있는데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것은 사실입니다. 올해는 영화가 어디로 흘러가야 하는 가에 대한 고민을 자유롭게 논쟁하는 마당을 펼치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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