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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건젱이 마을의 38가지 추억

남원 출신 박철영 〈식정리 1961- 전북 남원 ‘신건젱이’ 마을 이야기〉 / 60~80년대 사람·풍경 문학적 복원

‘고향도 시대에 따라 변했다. 남원 사람들은 식정리를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신건젱이’라 말했고, 다들 잘 알아먹었다. 그러다 남원시로 승격되면서 ‘전북 남원시 식정동’으로 개명됐고 신건젱이는 사람들 기억에서 고향을 떠나간 사람들처럼 잊혀져버렸다.’

남원 식정리에서 나고 자란 박철영(56) 작가가 고향을 문학적으로 복원한 책 <식정리 1961- 전북 남원 ‘신건젱이’마을 이야기> (밥북)를 펴냈다.

 

300여 년 긴 세월을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사람들이 살아온 고향이지만 점점 사람이 빠져나가고 쇠락해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마을의 유구한 역사와 근대문화유산을 기록해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당시 생활상과 사람들의 의식을 유추할 수 있도록 그가 식정리에 살면서 보고 들었던 것을 사건 위주와 실명으로 풀어냈다.

 

총 4부 38개 일화로 구성된 책은 금지떡 금지댁, 동로골 앞집 미순이 조카, 희순이 동생 또냄이, 고샅에서 놀던 아이들 등 인물 중심으로 당시의 삶을 더듬어보고, 옥수수 급식 빵의 유혹, 홈샘 공동 우물 터, 성동분교의 꿈 등을 통해 시대 배경을 설명했다. 마을 주민들의 ‘소통의 장’이자 사회 구성원 간 공동체 의식을 배우는 교육장이었던 ‘홈샘 우물 터’. 이뿐만 아니라 여자를 하찮게 여기던 당시 풍조도 보여준다. 시골 여자 아이들은 보통 초등학교를 마치면 취직을 하거나 집안일을 돕다 시집을 갔다. 저자와 한 동네에 살았던 복자누나 역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시집갈 때까지 우물에서 물을 길러 물동이를 이고 다녔다. 이를 보는 동네 사람들은 야물어서 시집가면 살림을 잘 할 것 이라고 칭찬했고, 이는 시집갈 처녀에게 좋은 징조였다.

▲ 홈 샘터-시골에서 공동 우물터는 사회 구성원간 공동체 의식을 배우는 교육장이자 간밤에 있었던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소통의 장이었다.

1960~80년대 고향의 모습을 복원하는 책은 우리 삶의 원형인 고향의 존재와 가치를 일깨운다. 작가는 “이제는 볼 수 없는 추억 속 풍경들이 많지만 주민들 머릿속에는 지울 수 없는 생애 소중한 유산”이라면서 “본래 모습들을 최대한 복원하고 신건젱이 사람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 이 글을 쓴 이유”라고 말했다.

 

2002년 <현대시문학> 시 부문, 2016년 <인간과 문학> 문학평론 부문을 통해 등단한 작가는 시집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로 다시 일어서고 싶다> , <월선리의 달> 을 냈다.

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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