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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마당, 한채윤 성소수자 인권운동가 초청 수요포럼] "동성애 찬반 앞서'혐오'부터 논해야죠"

동성애, 사회구조적 문제 일환 / 모두 관심갖고 바꿔야 할 주제 / 보수정권, 동성애 혐오로 결집 / 소수자, 정치적 도구 사용 안돼

 

지난 16일 전주 ‘공간 봄’에서 열린 사회적기업 마당의 수요포럼에는 한채윤 성소수자 인권운동가(비온뒤무지개재단 상임이사)가 초청됐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첫걸음은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 이날 한 이사가 강연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관객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저마다 강연을 찾은 이유에 대해 개별 피드백을 해주고, ‘성적 소수자’에 대한 개념과 이해, ‘동성애 혐오’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하고 싶은 관객들에 맞춰 강연을 이어갔다. 언어로 논리를 펼치기 전에 ‘다름에 대한 존중’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동성애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한 것이 100년이 채 안됐어요.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왜 이렇게까지 동성애 혐오나 갈등이 심할까요?”

 

한 이사는 “동성애 합법화를 찬성·반대하느냐를 논하기에 앞서 ‘동성애 혐오’에 대해 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혐오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직시하지 않을 때에요. ‘혐오’하는 이유에 대해 논리적으로 돌아봐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비합리적인 혐오를 감추기 위해 더 폭력적이고 과격해지죠. 혐오 감정이 생겨도 이것의 정체를 파악하려고 하면 증오와 폭력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게 되죠. 이런 차원에서 동성애 혐오에 관한 논의를 풀어나갈 수 있을 거라 봐요.”

 

동성애 합법화 찬반 논란이나 혐오는 특수한 상황과 이슈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사회의 고정적인 성역할과 경직된 사회구조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남·여에게 요구되는 성 역할과 편견이 있는 사회는 이성애자도 행복할리 없어요. 동성애 이슈도 사회구조적인 문제의 하나일 뿐이고, 소수가 아닌 모두가 함께 관심 갖고 구조를 바꾸도록 노력해야 해요.”

 

또한 동성애 혐오는 정치와 맞물린다. 그는 “보수 정권과 보수 개신교에서 세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반공’을 내세웠는데 시대 변화에 따라 효과가 약해지자 ‘동성애 반대’를 내세워 세력을 공고히 했다”며 동성애자를 정치적 도구로 사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적 소수자’에 대한 중요한 키워드로 ‘차별금지법’을 언급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차별금지법’은 보수 개신교계 등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필수적인 인권 선진국의 기본법이라는 것. 특히 당시 가장 차별을 많이 받아 운동 주체도 없던 성적지향, 학력, 가족형태, 가족상황, 병력 등 7개 조항이 우선적으로 제외됐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고 했다.

 

두 시간 넘게 이어진 강의를 듣고 최근 읽었던 그의 칼럼 한 대목이 떠올랐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비난, 억압과 차별이 지금 우리 사회에 남기는 것이 무엇인지 직시해야 한다. 종교의 자유도 근대 국가에서는 인권의 차원에서 보장된다. 자신이 누리는 귀한 자유와 인권으로 고작 혐오와 차별을 조장한다는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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