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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오하근 박사 영겁 평안을 기원하며

이운룡 (시인·전 전북문학관장)

엊그제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가신 오 박사님!

 

사랑하는 가족과 문우들을 두고 서둘러 홀로

 

머나 먼 영겁의 정토로 끝내 떠나셔야 했습니까.

 

우리는 오 박사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어젯밤 검은 하늘이 내려앉고 찬바람 몰아치더니

 

노란 은행잎도 우수수 떨어져 지상에 누워버렸습니다.

 

당신께서 무한 시공으로 떠나자 하늘도 초목도 통곡합니다.

 

산목숨이 이 엄숙한 슬픔을 어떻게 위로해야 좋겠습니까?

 

억장 무너져 눈물의 대양을 건너지 못하는 여기

 

당신의 영원불멸을 추모하는 생령들 한 사람, 한 사람

 

저 피안의 무우수 우러러 당신을 부르다 목이 메었습니다.

 

대답해 주세요, 겨우 이틀이 지났는데 그리워지는 오 박사님!

 

후미진 영겁의 길 어디쯤 가서 편좌하고 계시는지

 

슬픔을 잠자게 할 영약은 뜨거운 눈물밖에 없는가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길을 잃고 눈 감으신 당신,

 

차마 떼어놓지 못해 발자국마다 선연한 이 세상 연민의 정

 

마른 잎 되어 저승에 몸을 부린 적막강산 앞에서

 

우리는 눈 번히 뜨고 작별의 손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참 좋은 세상’이라던 며칠 전의 당신의 말마따나

 

좋은 세상 두고 생애의 마지막 단말마의 고통이 웬 말입니까.

 

돌아보고 돌아보면서 홀로 갈 길을 가야 하는

 

당신의 뒷모습을 어찌 눈물 없이 보라 하십니까.

 

가다, 가다 이 세상 사랑했다는 말 한 마디 남길 것만 같고

 

낯선 길 물어올 것만 같은 당신의 가슴속이 환히 들여다보입니다.

 

눈물 안 보이려고 이내 얼굴 돌려 적막강산 홀로 휘청거리는

 

발걸음을 어떻게 무심히 보내달라고 눈 껌벅이십니까.

 

오 박사님, 당신답지요. 그 착하고 선한 성품 누가 몰라서요?

 

봄, 여름, 가을 햇볕으로 와서 한 생애의 일을 다 거두시고는

 

이 겨울 손 털고 가신 후광이 회광반조처럼 눈부십니다.

 

대학에서 쌓아올린 학문의 금자탑도 영원한 빛이 되리니

 

한 평생의 역저로 『원본 김소월전집』, 『정본 김소월전집』,

 

『김소월 시어법 연구』를 비롯하여 『한국 현대시 해석의 오류』,

 

『전북 현대문학』,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등

 

잠 설치고 피와 땀으로 일군 공적은 우리 문학사의 등불로써

 

당신의 노고와 함께 크나 큰 거울이 될 것입니다.

 

영생의 정토 천국에서 이 땅 사람들 일일이 살펴보시며

 

해와 달과 별들 모두 불러 당신 무릎 위에 앉혀놓고

 

영원무궁 신궁 상좌의 명복 평안을 누리시옵소서.

 

온 세상 사람답게 명복 평안을 진실로 마음껏 누리시옵소서.

 

이운룡 (시인·전 전북문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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