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작가·창작스튜디오 운영 등 결실 잘 맺고 내부 조직 소통·학예연구팀 업무 혁신 꾀해야 / 지역 특성 이해·미술인 화합 이끄는 관장되길
김은영 신임관장이 키를 잡은 전북도립미술관의 본격적인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3일 장석원 전 전북도립미술관장의 대표 기획사업인 아시아현대미술전이 폐막함에 따라 김 신임관장의 색깔과 운영관을 온전히 펼칠 수 있게 됐다. 새 관장을 맞은 전북도립미술관의 역할과 과제를 살펴봤다.
△ ‘지역·정체성 찾기’ 기본 충실을
전북 미술인들은 ‘미술관이 해야 할 기본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술관 내부 조직 기강과 업무체계를 바로잡고, 지역 미술사 정리·지역 미술인 발굴·양질의 전시 등 지역 미술관의 기본부터 확고히 다져야 한다는 것.
전북도립미술관만의 정체성 찾기가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지역 미술’ 개념의 존재 유무를 묻는 미술인도 있지만 지역 미술관이 해야 할 역할과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술인들은 개인의 창작 활동을 하는 것이고, 미술관이 이를 꿰어 맥락과 역사를 정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민과 미술인들의 자긍심을 불러일으켜 다시 예술 창작·향유를 높여야 한다.
그러나 전북도립미술관은 전북 미술의 개념과 특색조차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개관 후 13년째 이어지는 지적이다.
전북미술인들은 해외 블록버스터 전시·아시아 미술전 등 무리한 외연 넓히기 보다는 관장이 바뀌어도 지속될 수 있는 전북도립미술관의 대표 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술관 성격을 보여주는 소장품 구입도 전북 미술사 연구 결과를 토대로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간 그 해 기획전에 참여하거나 수장의 가치관에 따른 작품 구매가 많아 일관성이 없었다. 최소한 미술사 맥을 잇는데 빠질 수 없는 지역 작가의 작품은 소장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동시에 지난 3년간 추진한 청년작가 선정, 창작스튜디오 운영 및 해외 네트워크 구축 등은 사후 관리와 함께 결실을 거둬야 한다. 해외 진출 통로를 열어둬 지역 미술에 갇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예실 혁신·관장의 지역 이해 필요
기본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미술관 내부 조직간 원활한 소통과 역할 분담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전북미술인들은 “조직 내 불통·불신이 대외적으로 드러나게 된 올해 ‘아시아현대미술전 작품 배치 교체 논란’을 반면교사 삼아 관장은 큰 방향성, 대외관계 등에 힘쓰고 학예팀도 자율성을 되찾아 기획 실무를 주도적으로 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간 자의든 타의든 관장 그늘에 가려졌던 학예연구팀도 연구·기획 등 업무 전반에서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술관의 정체성을 만드는 근간은 학예연구팀의 연구·기획에서 나오는데 그간 지역 미술사 연구·아카이빙이 매우 부족했다는 것. 시기별 특성·작가, 원로 작가 조명 등은 부분적으로 다뤄왔지만 기존에 공개된 자료를 모으고 평론가의 글을 받는 정도였다. 본관 학예인력(4명)으로 한계가 있다면 지역 미술사 연구 전문 인력이 채용하거나 신규 사업으로 용역을 맡기는 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일각에서는 지난 갈등이 ‘임기제 관장’과 ‘정규직·무기계약 학예직’간 신경전으로 비춰지기도 한 만큼 구성원들은 자리에 안주하기보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위기를 기회 삼아 연구부터 전북도청 기획전시실·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운영·홍보, 교육 프로그램 등 고정적인 업무들도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학예팀 관계자는 “이제 역할, 기능이 정상화 되고 있다”며 “인력 부족으로 한계가 있지만 일단 판을 깔고자 한다. 내년에는 전북미술사 정리와 지역 작가 발굴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관장에게는 지역 현장을 빠르게 파악하고, 지역 미술 특성이나 현황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크게 요구됐다. 중앙의 한 미술관 관계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오랜 경험을 했기에 조직 소통과 운영은 노하우가 많다. 오히려 지역 미술인들과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데 신경 써야 한다. 지역에 연고가 없고 중앙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현장을 많이 다니고 지역미술관의 역할을 빨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경관 조성 등을 통해 고전적인 역할을 하는 미술관에서 나아가 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복합문화 거점 또는 지역의 랜드마크로 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가 중점사업으로 내건 ‘미술관 명소화 사업’에 대한 당위성·지역 여론·예산 확보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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