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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0) 1장 칠봉성주(七峯城主) ⑩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아니, 이년들이.”

 

그날 아침 이후로 덕조의 태도는 돌변했다. 고화와 우덕을 제 여동생처럼 사근사근 대하더니 아침상을 물린 후부터 원수 만난 것처럼 굴었다. 지금도 그렇다. 마당이 깨끗한데도 청소한 흔적이 없다고 시비를 한다. 눈을 부릅뜬 덕조가 우덕을 보았다.

 

“왜 비질을 한 흔적이 없느냐?”

 

“꼭 비질을 한 흔적이 있어야 되나?”

 

맞받은 우덕이 목소리를 높였다.

 

“깨끗하면 되었지. 왜 사사건건 시비야?”

 

“시비? 이년 좀 보게.”

 

어깨를 부풀린 덕조가 한걸음 다가섰다.

 

“사지(死地)에서 구해준 은인한테 이렇게 대들 것이냐?”

 

“잠자리 상대가 필요해서 골랐겠지.”

 

“이년, 내가 집사다.”

 

“같은 종 신세에 위아래가 어디 있어?”

 

말대꾸를 했다가 갑자기 서러워진 우덕이 왈칵 눈물을 쏟았다.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당 복판에 선 우덕에게 고화가 다가갔다.

 

“덕아, 참아라.”

 

우덕의 어깨를 쥔 고화가 덕조를 보았다.

 

“내가 마당 청소를 다시 하지요.”

 

“아, 글쎄…”

 

고화의 시선을 받은 덕조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외면했다. 고화와 우덕이 주종관계인 것이 밝혀진 후부터 덕조는 고화한테 한풀 꺾이고 지낸다. 그날 밤 겁탈하려고 덤볐다가 우덕의 방해로 실패한 것이 멋쩍기도 했다. 몸을 돌린 덕조가 투덜거렸다.

 

“젠장, 잘못 데려왔어. 그냥 도성의 기방에다 팔라고 할 걸 그랬어.”

 

덕조가 대문 밖으로 사라지자 우덕이 충혈된 눈으로 고화를 보았다.

 

“아씨, 도망가요.”

 

“너, 그러다가 죽는다.”

 

고화의 눈빛이 강해졌다. 엷은 입술이 죽 다물어져서 차가운 표정이 되었다.

 

“서두르지마. 우선 저놈의 비위를 맞추자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느냐? 저놈부터 믿게 만들어야 된다.”

 

싸릿대로 만든 비를 집어든 고화가 말을 이었다.

 

“성주는 안목이 깊지만 집안일에 상관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성주의 처자가 있겠지요?”

 

우덕이 비를 뺏어 들며 물었다.

 

“있겠지.”

 

“우물가에서 장덕의 종 이야기를 들었더니 성주가 부임한지 열흘도 안되었다고 합니다.”

 

오전 진시(8시) 무렵이다. 오늘 우덕은 처음 우물가로 나가 종들을 만난 것이다. 우덕이 마당에 비질 흔적을 내면서 말을 이었다.

 

“대륙의 백제령인 연남군에서 기마대장으로 명성을 떨치다가 본국으로 소환되었다네요.”

 

“….”

 

“그래서 종들도 성주에 대해서는 잘 모르더군요.”

 

우덕이 비질을 멈추고는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 고화에게 바짝 다가섰다.

 

“아씨, 제가 빠져나가 나리께 알릴 수는 없고 이곳의 종 하나를 꾀어 심부름을 시키는 것이 낫겠습니다.”

 

“글쎄, 서두르지 말라니까.”

 

“나리께서 군사 10여명만 보내주시면 이곳에서 도망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때 고화가 허리를 펴더니 긴 숨을 뱉고 나서 말했다.

 

“이곳에서 삼현성까지는 350리야. 내가 계산을 했어.”

 

고화는 삼현성주인 대아찬 진궁의 무남독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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