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군주(軍主), 부르셨습니까?”
“응, 대아찬(大阿飡), 왔는가?”
김품석이 저보다 10여년 연상인 진궁에 하대를 한다. 김품석은 진골 왕족이다. 또한 벼슬이 2등품인 이찬(伊飡)으로 5품인 진궁보다 한참이나 위다.
김품석의 장인 김춘추도 이찬인 것이다. 청 안에는 김품석의 지시로 중신(重臣) 대여섯명만이 둘러 앉아있을 뿐이다. 김품석이 지그시 진궁을 보았다.
“대아찬, 그대에게 내가 직접 물어보려고 불렀어.”
“예. 군주.”
진궁은 40대 후반으로 그동안 수십번 전공을 세웠다. 왕족도 아니면서 5급품 위에 오른 것도 그 때문이다. 김품석이 헛기침을 하고 나서 진궁에게 물었다.
“대아찬, 그대의 딸이 백제군에 잡혀갔는가?”
“예. 군주.”
어깨를 편 진궁의 얼굴에 일그러진 웃음이 떠올랐다.
“이미 제 가슴 속에 묻어 놓았습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바로 말을 받은 김품석의 눈빛이 강해졌다.
“허나 시신은 찾지 못했지 않는가?”
“예. 군주. 하오나.”
“무엇인가?”
“가슴에 묻어 놓은 것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군주.”
“나는 대아찬을 믿는다.”
“믿음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군주.”
“그러나 아비는 믿지 못하겠다.”
자르듯 말한 김품석이 눈을 가늘게 뜨고 진궁을 보았다.
“알겠는가? 아비로서의 그대를 믿지 못하겠다는 말이네.”
“예. 군주.”
“이해를 하는가?.”
“예. 군주”
“딸이 백제군에게 납치되었으면 즉시 군주인 나에게 말을 해야 옳았다.”
“....”
“백제군이 그대의 딸을 내세워서 성문을 은밀하게 열라고 할 수도 있다.”
“군주.”
“삼현성에 신임 성주로 죽성을 보내겠다. 그대는 죽성을 보좌하도록 하라.”
“예. 군주.”
진궁이 청 바닥에 두손을 짚고 엎드렸다. 그러나 표정은 담담하다.
“명을 따르지요.”
그때 김품석이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 뒷모습에 대고 진궁이 다시 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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