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이년들아, 내가 왔다.”
방안은 조용했고 덕조가 말을 이었다.
“내가 이래봬도 바다건너 연남군에서 명성을 떨치던 계씨(階氏) 가문의 집사를 지낸 분이시다.”
“…….”
“네년들 같은 신라 시골뜨기들은 계씨 가문을 모르겠지.”
덕조가 다시 트림을 하더니 침도 뱉고 나서 말했다.
“아니, 연남군이 어디 붙었는지도 모를 거다. 그럼 내가 알려주마.”
“…….”
“바다를 건너야겠지. 그 바다가 뱃길로 한달이다. 그것도 순풍을 만나야 해. 그럼 그 연남군이 얼마나 넓은 줄 아느냐? 사방 1천리다. 당(唐)하고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매일 척후가 부딪치지. 우리 주인께서는 기마군 대장으로 1천5백 기마군을 이끄셨다.”
“…….”
“주인 부친께서는 태수 보좌역으로 은솔이셨고 조부 또한 좌장군으로 은솔(恩率)이셨다. 집안에는 모친만 남아 계시지만 아직도 연남군에서는 아무도 무시하지 못한다.”
“…….”
“네년같은 손톱만한 성주 집안이 아니란 말이다.”
지금 덕조의 과녁은 고화다. 슬슬 분이 일어난 덕조의 목소리에 열기가 솟았다.
“돌아가신 아씨는 네년보다 1백배는 더 미인인데다 품위가 있으셨다. 너는 감히 옆에 설 수도 없었을 것이다.”
“…….”
“아느냐? 모르겠지. 우리 주인이 아씨의 복수로 당(唐)의 척산성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 것을. 그놈들이 한 것처럼 주인은 당군(唐軍)처자를 다 죽였다.”
다시 트림을 한 덕조가 구역질을 하더니 잠잠해졌다.
“저 미친놈.”
그때서야 입속말로 욕을 한 우덕이 문으로 슬그머니 다가가서는 문틈으로 밖을 보았다. 그러더니 머리를 돌려 고화에게 말했다.
“저놈이 마당을 기어서 제 방으로 가네요, 아씨.”
고화는 시선만 주었고 다시 문밖을 본 우덕이 말을 이었다.
“제 방 앞 토방에 누워 버리는데요. 거기서 개처럼 잘 모양입니다.”
“…….”
“아씨를 노렸다가 엄두가 안나니깐 별 시비를 다 하는군요. 미친놈.”
“…….”
“그나저나 성주 처자가 당군(唐軍)한테 살해되었나봐요.”
그때 고화가 말했다.
“너, 나가서 집사한테 거적이라도 덮어주고 오너라.”
“내가 왜요?”
했다가 고화의 시선을 받은 우덕이 어깨를 늘어뜨리고 문고리를 잡았다.
“아씨, 어떻게든 이놈의 땅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내가 저놈의 노리개가 되더라도 아씨는 도망치게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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