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동미술관 기획전 '경기전에 온 미술가' / 13일부터 25일까지 흑연가루 물감화 작품 등 개성 넘치는 작업 돋보여
태조 어진을 봉안한 ‘경기전’을 중심으로 전주 한옥마을 명소를 현대미술로 표현한 전시회가 열린다.
전주 교동미술관(관장 김완순)이 13일부터 25일까지 기획전 ‘경기전에 온 미술가- 드로잉전’을 연다.
경기전 옆을 10년 넘게 지켜온 교동미술관은 지난 2014년부터 경기전이 가진 전통성을 현대미술로 해석하는 교동 아트프로젝트(옛 한옥마을 아트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김성민, 이문수, 이주원, 정인수, 조병철 등 5명의 화가를 초대해 간결한 드로잉으로 경기전과 전주 한옥마을을 풀어낸다.
흔히 작품을 완성하기 위한 밑그림 정도로 인식돼는 ‘드로잉’. 채지영 교동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작가의 첫 느낌이자 첫 구현물인 ‘드로잉’이야 말로 미술의 순수함과 작가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과정”이라며, “동시대 미술에서는 미술가마다 드로잉의 개념과 스타일도 다양화됐는데, 미술작품의 순수한 첫 느낌을 감상하는 것도 묘미”라고 말했다.
김성민 서양화가는 흑연으로 경기전을 그렸다. 일일이 갈아서 가루로 만든 흑연을 마치 까만 물감처럼 사용했다. 보통 4B연필로 그림을 그리지만 연필심의 본질인 흑연 자체로 작업한 것이 특징이다.
‘한옥마을 펜화집’도 발간하는 등 전주 한옥마을 펜드로잉으로 널리 정인수 화가는 섬세한 펜화의 매력을 보여준다. 주로 100~200호 대작을 그리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캔버스 10호(가로 53㎝·세로 40.9㎝) 크기의 작품을 선보인다. 주로 손에 들고 다닐 수 있는 스케치북에 습작 형태로 많이 그렸던 드로잉의 느낌을 잘 살리기 위해서다.
드로잉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이문수 작가는 구체적인 형상보다는 작가의 심상, 느낌을 강조한 모습이다. 유화 드로잉을 보여준 이주원 작가는 투박한 붓터치로 ‘눈 내린 한옥마을 전경’을 단숨에 그려냈다.
조병철 작가의 작품 ‘이수’는 경기전에 관한 자신의 추억을 담은 것이다. ‘이수’는 건축물 등에 뿔 없는 용의 서린 모양을 아로 새긴 형상이다. 그는 “고등학생이던 1970년대 말 경기전은 도심 한복판의 유일한 시민공원이었다. 선배들과 첫 야외사생을 경기전으로 나왔었는데 그때의 설렘과 떨림을 잊을 수 없다. 이번 작품 속 ‘이수’는 경기전 내 예종대왕태실비에 새겨진 것을 그린 것으로 당시 내가 기억하는 경기전의 상징이다”고 말했다.
김완순 교동아트미술관장은 “과거에는 드로잉이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기 전 구상 정도로 여겨졌지만 현재는 그 자체로 인정을 받아 작품으로 전시되고 있다”며, “5인의 미술가가 각자의 색깔을 담은 작품을 통해 드로잉의 매력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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