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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37) 2장 대야성 16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신주(新州)는 백제의 북방을 가로지르는 신라 영토지만 백제로부터 빼앗은 것이나 같다. 백제 성왕은 신라 진흥왕과 함께 고구려를 공격하여 빼앗겼던 한강 유역 6군을 회복했다. 신라는 한강 상류 10군을 점령했는데 진흥왕은 갑자기 백제를 배신, 백제군이 수복한 6군마저 탈취한 후에 신주를 설치한 것이다. 이에 분노한 성왕이 신라군과 싸우다 관산성 싸움에서 전사했으니 백제로서는 피눈물이 뿌려진 땅이다. 그리고 관산성 싸움에서 성왕을 패사시킨 신라 무장(武將)이 바로 김유신의 조부 김무력(金武力)이다. 당시의 김무력이 신주군주(新州軍主)였던 것이다. 신주(新州) 서북방에 진출한 김유신이 덕천성에 머문 지 이틀째 되는 날, 전령이 달려와 보고했다.

“대장군, 백제 의자왕이 영암성에 입성했습니다.”

영암성은 백제의 북단으로 신주와는 50여리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김유신이 주둔한 덕천성과는 2백리 정도다. 전령의 보고가 이어졌다.

“의자왕이 이끈 기마군은 8천여기, 보군은 1만7천 정도이나 동방 방령 의직이 주둔한 대곡성에는 보기 2만 정도의 병력이 있습니다.”

김유신이 머리를 끄덕였다. 대곡성과 영암성간 거리는 60여리밖에 되지 않는다.

“의자가 노리는 곳은 두 곳 뿐이야.”

김유신이 청안의 무장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얼굴에 웃음이 떠올라 있다.

“이쪽, 신주(新州)와 서쪽 대야주다.”

“대장군, 의자가 이쪽에서 사냥 시늉을 하는 건 서쪽을 노리고 있는 것을 숨기려는 수작 아닐까요?”

김병일이 물었을 때 김유신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였다. 김유신은 올해 49세,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이다.

“너무 뻔한 성동격서다.”

“그것은 뻔하게 드러냈으니 그 반대로 행동한다는 뜻입니까?”

“대아찬, 그 반대가 무엇이냐?”

김유신이 아직 20대 후반이나 5품 대아찬에 오른 김병일을 물끄러미 보았다. 김병일도 진골(眞骨)왕족이다. 상대등 비담의 조카가 된다. 비담 일당이 김유신의 옆에 박아 놓은 감찰관 역할이다. 김유신의 시선을 받은 김병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성동격서의 반대란 바로 소리를 내는 곳으로 공격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의자가 그렇게 뻔한 짓을 할까?”

“그럼 서쪽 대야주를 친다는 것입니까?”

“의자는 우리가 그것도 예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까?”

그때 김병일의 얼굴이 붉어졌다. 둘러선 무장들은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다. 대부분이 김유신을 따라 전장을 누비고 다닌 무장들이다. 그때 김유신이 허리를 펴면서 말했다.

“내가 북상한 지 열흘이 지났는데도 군사를 이끌고 당항성으로 가지 않은 이유를 아는가?”

김유신의 시선이 부장(副將) 서준에게로 옮겨졌다. 서준은 6품 아찬으로 38세, 10여년간 김유신을 수행한 무장이다.

“아찬, 말해보라.”

“예,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서준이 바로 대답했다. 어깨를 편 서준의 왼쪽 볼에 칼자욱이 길게 뻗쳐졌다.

“중심이 흔들리지 않으면 어느 쪽 적과도 상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김유신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허나 의자의 준동은 전쟁의 시작인 것은 분명하다. 내가 군사를 이끌고 북상한 것도 당연한 일, 서쪽 대야주 방비도 충분하니 이렇게 기다리는 것이다.”

백전노장의 빈틈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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