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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56) 3장 백제의 혼(魂) ⑮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앞에서 내지른 신라군의 창날을 칼로 쳐 막으면서 계백이 와락 달려들었다. 화광이 충천해서 신라군사의 부릅뜬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으악!”

 

다음 순간 신라군사가 비명을 지르고 쓰러졌다. 계백이 몸을 틀면서 칼로 군사의 어깨를 내려친 것이다. 그때 땅을 울리는 말발굽 소리 사이에서 외침이 울렸다.

 

“나솔! 어디 계시오! 선봉장이 찾으시오!”

 

“여기다!”

 

버럭 소리친 계백이 몸을 틀어 뒤를 보았다. 백제군이 지척으로 몰려왔다. 기마군이다. 계백을 본 기마군들이 달려와 둘러쌌고 일부는 앞으로 밀려가 신라군과 부딪친다.

 

잠시 후에 계백과 진궁이 한솔 협반과 마주보고 서 있다. 전장(戰場)이어서 아직도 앞쪽에서는 함성과 신음이 터지고 있었지만 많이 줄어들었다. 기마군 3천이 모두 들어온 것이다. 기마군은 기세를 몰아 불에 탄 민가를 뚫고 지나가 옆쪽 동산까지 점령한 상태다.

 

“나솔, 이제 하루만 버티면 되네. 방령께서 내일 저녁에는 진입하실거네.”

 

협반이 계백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소리치듯 말했다. 협반의 시선이 옆에 선 진궁에게로 옮겨졌다.

 

“대아찬도 수고하셨소.”

 

“때맞춰 잘 오셨습니다.”

 

계백이 가쁜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곧 신라군이 전열을 정비하고 성문을 탈취하려고 할 것이오.”

 

진궁이 소리치듯 말했다.

 

“앞뒤에서 협공을 하면 중과부적입니다!”

 

그렇다. 이제는 탈취한 성문을 지켜야 하는 것이다. 빼앗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 그때 협반의 부장(副將)이 다가와 소리쳤다. 불길을 뚫고 왔기 때문에 옷자락과 머리털이 그을렸다.

 

“옆쪽 동산이 요지요! 그곳에 1천 군사를 배치해야 합니다.”

 

“그럼 네가 가라!”

 

협반이 바로 지시했다.

 

“좌군(佐軍)을 너한테 맡긴다!”

 

계백은 협반과는 처음 전쟁을 하지만 곧 전장에 익숙한 장수라는 것을 알았다. 전장에서 장수의 첫째 조건은 빠른 결단이다. 거기에다 냉정을 잃지 않아야 한다. 30대 초반의 협반은 백제 대성8족 중 하나인 협( )씨다. 부장이 서둘러 화랑 속으로 사라졌을 때 계백이 협반에게 말했다.

 

“나솔, 저한테 1천 군사를 주시오! 내 군사와 함께 서문을 빼앗겠소.”

 

“서문을?”

 

되물었던 협반의 눈이 곧 크게 떠졌다.

 

“오오.”

 

탄성을 뱉은 협반이 소리치듯 말했다.

 

“그렇지, 서문 수문장이 내통하고 있었지. 서문까지 탈취하기로 하자!”

 

머리를 든 협반이 소리쳤다.

 

“우군(右軍) 대장을 불러라!”

 

불길을 뚫고 진입하려던 신라군은 거의 격퇴되어서 이제는 백제군만 보인다. 그 사이에 백제군 1진이 옆쪽 동산으로 진출하고 다시 1진이 서문을 탈취하려는 것이다. 백제군은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이것이 노련한 장수의 용병술이다. 전장에서 군사들을 멈추게 하면 안되는 것이다.

 

“아직 연락이 없느냐!”

 

그 시간에 김품석이 내성의 청 안에서 소리쳐 물었다. 이제 밤 술시(8시)가 넘은 시간이다. 청 안에 모여선 장수들한테서 살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고 있다. 그때 청 아래에서 무장 하나가 소리쳐 대답했다.

 

“예, 아직 전령이 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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