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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57) 3장 백제의 혼(魂) 16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계백이 선봉 우군(右軍)이 다가왔을 때 협반에게 말했다.

 

“한솔, 서문을 점령하면 서문 방어는 우군대장에게 맡기고 저는 제 수하 군사를 이끌고 내성으로 잠입하겠소.”

 

“내성으로?”

 

놀란 협반의 목소리가 커졌다.

 

“김품석이 있는 곳으로 말인가?”

 

“그렇소.”

 

계백이 한걸음 다가섰다.

 

“제 수하 군사가 모두 신라군 차림이니 성안이 혼란한 틈을 타서 잠입해 보겠소.”

 

“으음.”

 

결단이 빠른 협반도 눈동자가 흔들렸다. 잠깐 망설이는 것이다. 무모한 작전이다. 그러나 3백 기마군으로 대야성까지 잠입했지 않은가? 처음부터 대야성 공략은 무모했다. 마침내 협반의 눈동자가 고정되었다. 결단을 내린 것이다.

 

“나솔, 해 보겠는가?”

 

“전장에서 군사를 끊임없이 운용해야 됩니다.”

 

“과연.”

 

협반이 불빛을 받아 번들거리는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나솔, 조심하게. 내가 잊지 않겠네.”

 

“서문을 빼앗으면 불화살로 신호를 드리지요. 동시에 저는 내성으로 갑니다.”

 

계백과 진궁이 몸을 돌렸다.

 

선봉 우군(右軍) 대장은 장덕 안준이다. 20대 후반으로 눈빛이 무거웠고 키는 작았지만 팔이 길다. 첫눈에도 노련한 무장이다. 1천 기마군이 이제는 보군이 되어서 동산을 넘어가고 있다. 동산은 이미 백제군 좌군이 점령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침없이 나아간다. 신라군은 동산 아래쪽에 집결하고 있다. 백제군이 동산을 점령한 것을 아는 것이다.

 

“장덕.”

 

계백이 부르자 뒤를 따르던 안준이 바로 옆에 붙었다. 이제 1천3백 가까운 백제군이 동산을 내려가고 있다. 2백보쯤 앞이 신라군 진용이지만 어수선하다. 이쪽저쪽에서 몰려온 부대로 아직 대오가 정비되지 않았다. 다가선 안준이 계백에게 물었다.

 

“부르셨소?”

 

“그대는 나하고 앞장을 서서 서문으로 돌진하세.”

 

“당연한 말씀을 왜 하시오?”

 

“내 수하 군사는 후위에 붙었다가 서문을 탈취하면 곧장 내성으로 갈 거네.”

 

그때 뒤에서 따르던 장덕 화청이 거들었다.

 

“나솔, 부상자를 두고 와서 250여명이 남았소.”

 

계백은 숨만 들이켰다. 이제 내성으로 돌진하면 그 이상이, 또는 전멸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안준이 잇사이로 대답했다. 화청이 뒤로 물러갔고 곧 동산을 내려간 백제군 앞으로 신라군 대열이 펼쳐졌다. 어둠 속에서 번쩍이는 창날, 쇠갑옷이 드러났다. 그때 계백과 안준이 쥐고 있던 칼을 치켜들더니 함성도 지르지 않고 앞으로 내달렸다. 거리는 30여보 정도, 웅성거리던 신라군은 처음에는 어둠 속에서 덮쳐오는 백제군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쪽저쪽에서 외침이 터졌다.

 

“적이다!”

 

“백제군이다!”

 

그때는 이미 선두에 선 계백과 안준의 첫 칼이 내려쳐진 후다.

 

“으아악!”

 

비명이 살기를 솟구치게 한다. 더구나 백제군은 함성도 지르지 않고 덮쳐가는 터라 칼끝에 살기(殺氣)가 더 배었다. 마치 검은 파도처럼 백제군이 쏟아져 내려가면서 살육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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