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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88) 5장 대백제(大百濟) ④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계백이 탄 고구려선(船)이 사비도성의 구드래 포구에 도착했을때는 평양성을 출발한 지 7일째가 되는 날 오후다. 연개소문의 선물이 많았기 때문에 평양성 아래쪽 포구에서 배를 탄 것이다. 구드래 포구는 백제의 중심항으로 사비도성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다. 백강(白江) 중류에 위치한 구드래 포구에는 수백척의 무역선과 수군(水軍)의 전선(戰船)까지 들락거리는 터라 언제나 붐빈다. 배에서 내린 계백에게 포구 경비 책임자인 나솔 관등의 관리가 다가왔다. 솔(率) 품계는 자색 관복을 입었기 때문에 표시가 난다.

 

“한솔께서 오셨군요.”

 

초면인데도 관리가 활짝 웃는 얼굴로 계백을 맞는다. 백강(白江) 입구에 들어서면서 빠른 정탐선을 보내 포구와 도성에 연락을 했던 것이다.

 

“대왕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말을 준비했으니 가시지요.”

 

“고맙소.”

 

“짐을 풀도록 하겠습니다.”

 

나솔이 비껴서자 도시부(都市部) 소속의 관리와 함께 군사들이 재빠르게 배에 올라 짐을 내린다.

 

“고구려선 선장과 선원 대우를 잘 부탁하오.”

 

“염려하지 마십시오. 객사도 비워놓았고 실컷 먹고 놀도록 하겠습니다.”

 

선장과 선원들과 작별한 계백이 서둘러 도성으로 들어가 의자왕을 보았을 때는 오후 유시(6시)가 지났을 무렵이다.

 

“한솔, 널 기다리느라 내가 목이 늘어났다.”

 

의자가 계백을 보더니 대뜸 말했다. 좌우로 도열해 서있던 중신(重臣)들 사이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일어났다. 의자왕은 40이 넘어서 왕이 된 터라 왕의 체통 따위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선친인 무왕(武王) 시절에 대성8족(大性八族)의 기세를 꺾고 왕권을 강화시킨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고구려 대막리지 연개소문이 대왕께 드리는 밀서와 선물을 가져왔습니다.”

 

“어디 선물부터 보자.”

 

의자의 말에 다시 웃음이 일어났다. 계백이 선물 목록을 펴고 읽는 동안 청 안에서는 연신 탄성이 터졌다. 호피가 20장이나 되었고 비단이 1백필, 금으로 만든 노리개가 한 상자, 진주, 보석 등이 2상자, 녹용이 2상자. 그래서 배에 싣고 온 것이다. 이윽고 목록과 선물의 대조가 끝났을 때 의자가 계백에게 말했다.

 

“이제 됐다. 그만 돌아가 쉬어라.”

 

계백이 눈만 껌벅였을 때 청 안이 다시 웃음으로 뒤덮였다. 의자도 같이 웃는다.

 

이윽고 웃음을 그친 의자가 말했다.

 

“밀서를 보자.”

 

계백이 내민 두루말이 밀서를 받은 병관좌평 성충이 의자에게 두손으로 바쳤다. 그러자 의자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대가 읽으라.”

 

“예, 대왕.”

 

성충이 전 아래에서 밀서를 펴더니 낭랑한 목소리로 읽는다.

 

“고구려 대막리지 연개소문이 백제국 의자대왕께 글을 올립니다.”

 

숨을 고른 성충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고구려는 일찍이 수의 대군을 전멸시켜 수왕조를 멸망에 이르도록 했으며 대륙의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제, 대륙을 평정할 계획이었으나 전왕(前王) 건무가 소심, 옹졸하여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리하여 이 연개소문이 건무를 베어죽이고 보장을 왕으로 세워 대륙 정벌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에 백제와 대동맹을 맺고 대륙을 분할 통치하고자 맹약을 드리는 것입니다.“

 

계백은 성충의 목소리를 들으며 감동했다. 눈 앞에 대륙의 평원이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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