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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00) 5장 대백제(大百濟) 16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저기 옵니다.”

 

하도리가 손을 들어 가리킨 곳에 흰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기마인이 보였다. 가죽 갑옷 위에 붙인 쇠장식이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저렇게 달리는 기마군은 대개 전령이다. 거리는 5백보 정도. 말이 질주하는 터라 금방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잡아라.”

 

계백이 말하자 하도리가 말에 박차를 넣고는 언덕에서 달려 내려갔다. 이곳은 국도변의 언덕. 숲에 가려져 있어서 달려오는 기마인은 보지 못한 것 같다. 하도리가 달려 내려갔을 때에야 기마인은 말고삐를 채어 달리는 속도를 늦췄다.

 

국도는 수군항에서 도성으로 통하는 외길이다. 계백도 말을 속보로 달려 국도로 내려갔다.

 

“멈춰라!”

 

하도리의 목소리가 황야를 울렸다.

 

수군항에서 30리쯤 떨어진 국도에는 오가는 통행인도 보이지 않는다. 주위가 황무지여서 인적도 없다. 길을 가로막고 있는 터라 기마인은 말을 세웠다. 고삐를 세게 당겨서 화가 난 말이 앞다리를 들고 뒷다리만으로 섰다가 내려왔다.

 

기마인은 갑옷에 청색 띠를 둘렀으니 12품 문독에서 16품 극우까지의 하급관리다. 그때 기마인이 소리쳤다.

 

“누구냐!”

 

앞에 선 하도리도 청색 띠를 맨 무관인 것이다. 사내가 다시 소리쳤다.

 

“나는 문독 양하다! 수군항에서 전령으로 도성에 가는 길을 막느냐!”

 

“개소리.”

 

하도리가 짧게 말하고는 허리에 찬 장검을 쓰윽 빼들었다. 칼날이 햇볕을 받아 반짝였다.

 

“말에서 내려!”

 

“무엇이!”

 

사내가 말을 옆으로 몰면서 허리의 장검을 빼내려는 순간이다. 말에 박차를 넣은 하도리가 덮치듯이 사내에게 다가가 칼을 후려쳤다.

 

“으악!”

 

사내의 입에서 비명이 터지면서 어깨를 맞은 사내가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빈 말이 껑충거리면서 둘레를 돌았을 때 계백이 다가왔다. 그때 말에서 뛰어내린 하도리가 땅바닥에 엎어진 사내의 등판을 발로 눌렀다.

 

“이놈, 품에 든 밀서를 내놓아라.”

 

사내는 칼등으로 어깨를 맞았기 때문에 어깨뼈가 부서졌을 뿐이다.

 

“뭐, 뭐라고?”

 

사내가 되물었지만 얼굴은 고통과 공포감으로 일그러져 있다.

 

잠시 후에 계백이 사내의 품속에 넣어져 있던 은솔 국창의 밀서를 읽는다. 국창이 왕비 교지에게 보내는 밀서다.

 

“삼가 왕비마마께 문안드리옵니다. 신(臣) 국창이 마마께 급한 전갈을 드릴 일이 있어서 문독 양하를 보냅니다. 다름 아니오라 이번에 한산성주로 부임한 한솔 계백이 수군항에 찾아와 폭언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청에 모인 장수들이 다 듣고 보았습니다. 그자는 제가 왕비마마의 수족이며 왕비마마는 신라의 첩자라고 공공연하게 소리쳤습니다. 시급히 조치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마마께 말씀 올립니다. 계백은 이번에 대야성 탈취에 1등공이 있다면서 기고만장하여 안하무인으로 행동합니다. 조처하여 주시옵소서. 서방수군항 항장 은솔 국창 올림.”

 

밀서를 다 읽은 계백이 하도리를 보았다. 하도리는 문독 양하를 나무 밑에 묶어놓고 있다가 계백의 시선을 받았다.

 

계백이 턱으로 양하를 가리켰다.

 

“저놈은 죽여서 묻고 말은 멀리 끌고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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