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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결코 무너질 수 없는 - 미륵사지에서

정양 시인·우석대 명예교수
정양 시인·우석대 명예교수

감자 캐던 마동이가 참말로

감자로 민요로 덫을 놓아 어여뿐

공주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금덩이를 돌덩이로 여기던 마동이가

참말로 서슬 퍼런 백제왕이 되었는지

그런 걸 다 딱부러지게 알 길은 없지만

이 연못에 미륵님을 모시고 싶다는

아내의 택도 없는 소원을 듣고

아내를 위해서라면 그까짓 금덩이쯤

맘 놓고 돌덩이로 여긴 지애비가 이곳에

엄청난 연못을 메우고 엄청난 절을 세웠더란다

동서로 남북으로 갈가리 찢어져

쫓기고 피 흘리고 빼앗기고 굶주리는 땅에

사람들이 참말로 사람답게 사는

황금빛 찬란한 평화를 평등을 화해를 터 잡고 싶은

어여뿐 아내의 어여쁘고 간절한 소원을

무왕인들 마동인들 그 누군들 어찌 외면했으리

천년 세월 무너져내린 절터에

결코 무너질 수 없는 어여쁘고 간절한 소원 하나

무너지다 무너지다 만

쓰라린 돌탑으로 남아 있었다

<시작 노트>

결코 무너질 수 없었던 백제의 꿈이 마침내 세월을 거슬러 복원되었다고 한다. 역대급 문화사적 쾌거다. 평화와 평등과 화해를 갈망하던 백제의 해묵은 꿈, 남북, 북미 정상회담들이 연이어지면서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자는 세상을 만나 어쩌면 그 꿈이 이 땅에 찬란하게 구현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무리 성공적으로 미륵사지석탑이 복원되었다 해도, 상처투성이인 채로 끝끝내 무너질 수 없었던 쓰라린 꿈, 그 마지막 모습은 우리들 가슴 가슴에 오래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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