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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82) 9장 신라의 위기 18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화랑 서청입니다.”

진막 안으로 들어선 장수가 한쪽 무릎을 꿇고 협려에게 소리쳐 말했다.

“신라 상대등 겸 대장군 비담의 명을 받고 백제 대장군을 뵈러 왔습니다.”

목소리가 진막 안을 울렸다. 둘러선 백제군 장수들이 쏘는 것 같은 시선을 주고 있다. 밖에서는 기마군의 말굽소리와 함성이 끊이지 않았고 포차가 바위를 떨어뜨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협려가 지그시 화랑을 보았다. 젊다. 기백이 살아있다. 적이라도 이런 장수를 보면 피가 끓고 동지애를 느끼게 된다. 용사에 대한 경의다.

“비담의 전갈을 가져왔느냐? 말하라.”

협려가 말하자 화랑 서청이 똑바로 시선을 주었다.

“상대등께서는 매복군을 보낸 적이 없습니다! 상대등 비담은 지금까지 간계를 써 본 적이 없다는 말씀을 드리라고 했습니다!”

서청의 목소리가 진막을 울렸다.

“김춘추의 간계올시다. 김춘추는 여왕전하의 백제, 신라의 합병을 무산시키려고 여왕을 암살했습니다.”

모두 숨을 죽였고 서청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왕전하가 암살되었으니 김춘추는 성골로 마지막 남은 승만공주를 여왕으로 추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백제군과 함께 우리를 격퇴시키겠지요.”

협려의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아직 입을 열지는 않는다.

“실로 교활한 계략이며 주변의 모든 이들을 배신하는 악행입니다. 김춘추는 승만공주를 왕위에 올려놓고 뒤에서 조종하면서 결국 백제와의 연합도 무산시킬 것입니다.”

“…….”

그리고는 때를 기다렸다가 새 여왕을 밀어내고 거침없이 신라 왕위에 오르게 되겠지요.“

“…….”

“상대등께서는 이번에 백제군이 물러나주시면 신라와 백제 연합을 정직하게 추진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김춘추가 왕이 되면 제 딸과 사위를 백제군에게 살해당한 원한을 품은 채 합병을 추진할 위인이 아니라는 것도 말씀하셨습니다.”

“으음.”

마침내 협려의 입에서 신음이 울렸다.

“참으로 어지러운 당국이다.”

협려가 뱉듯이 말하자 서청은 이를 악문 채 숨을 죽였다.

“너, 이름이 서청이라고 했느냐?”

협려가 묻자 서청이 시선을 들었다.

“예, 대장군.”

“우리 백제는 일찍부터 대륙으로 진출하여 담로를 두었고 배를 띄워 수만리 밖의 왕국들과 교역을 해왔다.”

“…….”

“고구려 또한 중원을 압박하여 수를 멸망시키고 당을 패퇴시키며 수만 리 영토를 보유한 대국(大國)이다.”

협려의 목소리에 열기가 띄워졌다.

“그런데 너희는 좁은 땅 안에서 서로 이간질이나 하고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으니 너 같은 화랑의 기상이 견딜 수 있겠느냐?”

서청의 시선이 내려졌고 얼굴은 상기되었다. 그때 협려가 옆에 선 연자신에게 말했다.

“북을 쳐라. 본진을 30리 밖 뒤쪽으로 물린다!”

협려의 시선이 서청에게 옮겨졌다.

“네 말대로 여왕 전하가 피살된 상황에 내가 백제군을 이끌고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백제군은 곧 귀국할 것이니 상대등께 그렇게 전해라!”

서청의 눈에 눈물이 고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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