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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산서면 어린이집 폐원 위기로 본 '농촌 보육 문제'] 귀농·귀촌 정책, 보육·교육 인프라부터

장수 산서면에 사는 가족들이 자녀와 함께 '공공 보육을 지켜달라'며 피켓을 들고 사진 촬영 하고 있다. 사진=김보현 기자.
장수 산서면에 사는 가족들이 자녀와 함께 '공공 보육을 지켜달라'며 피켓을 들고 사진 촬영 하고 있다. 사진=김보현 기자.

장수 산서면 어린이집 폐원 위기로 인해 동네 보육 시설을 잃은 ‘농촌 보육 난민’이 화두다. 산서면 한 곳만의 일이 아니라 전북, 전국이 겪는 문제다. 농촌 내 안정적인 보육 인프라 유지가 절실한데도, 정부·자치단체가 그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 계량적 수치만, 현장 실태 파악 없어

내려앉은 출산율·인구 유출 여파에 농촌 어린이집이 흔들리고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폐원 위기인 장수 산서 어린이집 말고도 이미 문을 닫은 도내 어린이집만 5년 새 335곳이다. 대부분 원아 감소로 인한 운영 유지 어려움이 이유다. 상대적으로 농·산촌이 많은 시·군을 살피면 같은 기간 정읍에서 21곳, 남원 11곳, 완주 7곳, 부안 5곳, 진안 2곳, 무주 2곳, 순창 2곳이 줄었다. 진안(6곳)·장수(7곳)·무주(9곳)·임실(10곳) 등은 현재 어린이집이 채 한 곳도 없는 면 단위도 상당하다.

전국적으로 사정은 비슷하다. 경북 거창군 등 역시 유일한 어린이집이 원아 감소로 폐원할 위기에 놓여 지난해 언론 보도됐다.

그러나 중앙부처와 자치단체는 인구 격차에 따른 도시와 농촌 간 보육 실태 파악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와 전북도 모두 시설 유형별로 어린이집 폐원 현황만 계량적으로 집계했다.

‘농어촌 공공보육 보장을 위한 시민 모임’의 이수연 씨는 “농촌에 영어유치원을 만들어달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우리 지역에서, 내 집 앞에 애를 맡길 수 있게 해달라는 게 특혜를 바라는 것이냐“면서 “행정부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일괄적이고 기계적인 관리가 아니라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보육 시스템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임시방편 아닌 안정적 보육 인프라 절실”

농촌 원아 감소 가속화는 예견돼 있었지만, 중앙부처는 물론 자치단체도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장수 산서 어린이집 역시 장수군이 내놓은 답은 인근 어린이집 원생들의 이동 독려였다. 전북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의 농촌 어린이집 인건비 지원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지만, 최악의 경우 긴급 지원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모두 원아 감소에 따른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문제는 인지하고 있다”며 “다양한 방안을 열어두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수지역 학부모 김은호 씨는 “사회 현상에 따른 문제의 결과·해결을 개인들에게 떠맡겨서는 안 된다”며, “최근 3년간 더 나은 보육, 교육 환경을 찾아 인근 도시로 떠난 가정이 많다. 보육, 교육 시설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주민들이 믿고 정착하고, 새로운 인구도 유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농촌 인구 유입, 자녀 양육 포함해 설계 필요

안정적인 보육 인프라 조성을 위해 우선 농산촌 지역 실정을 반영해 보건복지부의 보육 시설 지원 기준이 개선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농촌의 경우 원아 수에 관계 없이 교원 1명·조리사 1명 인건비를 지급하는 등 도시보다 최소 지원액은 많지만, 그 외 인건·운영비 기준이 계량적이어서 학생 수가 적은 농촌의 경우 헛점이 생긴다. 2세반은 아동 7명 기준 재원아동이 최소 4명 이상일 때 교사 인건비가 지급돼 2명밖에 등록하지 않으면 인건비를 받을 수 없는 등이 그 예다.

무엇보다 농촌 활성화를 위해 청년 유입·육성에 힘쓰는 상황에서 농촌 보육 정책이 필수적으로 함께 가야 한다.

전북도 역시 적극적으로 귀농·귀촌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청년 유입·정착에만 집중하고 있다. 도가 올해 65억 원을 들여 9개 사업을 펼치는데, 도시민 농촌유치, 거주지 지원, 융화·교류 활성화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청년 한 명을 정착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농촌에서 가정을 이뤄 보육·교육까지 안정적으로 이룰 수 있도록 정책을 한 단계 심화·발전하는 것이 시급하다.

“부부 둘 만 귀촌해서 살 땐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보니 열악한 환경과 어려움을 절실히 느낍니다. 출산 장려금 줘도 인프라가 없는데 어디서 키우나요. 귀농·귀촌 정책도 멀리 보고 만들어야 합니다.”장수 귀촌 4년차 김향 씨가 강조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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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기획 #긴급진단 #장수 산서면 어린이집 폐원 위기로 본 '농촌 보육 문제'
김보현 kbh768@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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