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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산서면 어린이집 폐원 위기로 본 '농촌 보육 문제'] “농촌 산다는 이유로 보육 난민”…수요 적어 공공보육 사라지는 전북 농촌

장수 산서면, 유일 어린이집 수요 적어 폐원 위기
원아 11명 이상 운영 지원 받는데, 주민들 갓 돌 지난 자녀 보내도 7명뿐
현재 원장 사비로 운영하지만 유지 불투명
학부모들 “교육 인프라 한 번 무너지면 복구 안 돼, 지방 소멸 가속화 걱정”

장수 산서면 내 하나뿐인 어린이집이 원아 수 부족으로 폐원 위기에 처하자 지난 3일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에 모여 대책 회의를 가졌다.
장수 산서면 내 하나뿐인 어린이집이 원아 수 부족으로 폐원 위기에 처하자 지난 3일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에 모여 대책 회의를 가졌다.

“공공 보육 시설이 사라지는 농촌에서 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녀야 하는 우리는 보육 난민입니다.”

전북 농촌 젊은 가정들이 아이가 적은 농촌에 산다는 이유로 공공보육을 보장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한 돌봄·교육 인프라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인구 유출·농촌 소멸은 걷잡을 수 없이 가속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장수 산서면 내 유일한 어린이집이 원아 부족으로 폐원할 위기에 놓여 주민들이 호소하고 나섰다. 갓 돌 지난 아이들까지 조기 입학시키며 원아 7명을 겨우 모았지만, 시설 운영을 위한 지원 기준 원아 수 11명을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지난 3일 산서면 보육 대책회의를 위해 어린이집에 모인 주민들은 “지역에서 22년간 운영해온 한 곳뿐인 어린이집이 원아 부족으로 올 2월 폐원 예정이 결정되고 지난해 11월 학부모들에게 개별 통보됐다”며, “이곳이 문 닫게 되면 산서면 내 유아들은 차로 25분 이상 걸리는 임실·남원까지 어린이집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가까운 오수 어린이집도 차로 평균 25분이 걸리고, 남원은 통원 차량도 없다. 어린아이들에게 체력적인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교통안전도 우려된다.

무엇보다 농촌에 산다는 이유로 자녀가 집·일터와 가까운 곳에서 돌봄을 받을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공공 보육을 농촌·도시 간 특수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수요 논리에 의해서만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작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따르고 농, 어업을 지키며 사는 사람들의 삶을 보지 않는다. 그 사람들의 아이들이 불안정하고 자존감을 갖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면서 계속 이 지역을 지키며 살라고 할 수 있느냐”고 호소했다.

‘농촌 보육 난민’이 장수 산서면만의 일이 아니다. 임실, 남원, 무주, 전주 외곽 등 전북 시·군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라는 게 장수군청 관계자와 주민들의 설명이다.

임실 오수 어린이집도 현재 원아 수가 30여 명으로, 3년 후에는 폐원 위기 가능성이 크다. 최근 5년 새 원아 감소·운영 유지 어려움 등으로 폐원한 도내 어린이집도 330여 개에 달한다.

이같은 사례가 도내에서 반복되자 산서면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타 시·군 주민, 시민단체 등이 모여 ‘농어촌 공공보육 보장을 위한 시민의 모임’을 결성했다. 단체를 이끄는 학부모 이수연(38) 씨는 “돌봄·교육 인프라는 한 번 무너지면 복구가 어렵고, 어린이집에 이어 초·중·고교, 학교 앞 상권 등 연쇄적인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며, “농어촌 영유아 정책을 재검토하고 정부와 자치단체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장수 산서면 어린이집 폐원 위기로 본 '농촌 보육 문제'] 귀농·귀촌 정책, 보육·교육 인프라부터 장수 산서 어린이집, 군 예산 지원으로 올해 운영 지속
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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