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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 전북여성인권운동 디딤돌을 만나다

남원서 성평등·인권운동 펼쳐온 문화예술단체 ‘문화기획 달’
2014년 단체 만든 활동가 달리 “확장된 여성의제 발굴할 것”

변방의 목소리 전주 공유회 모습.
변방의 목소리 전주 공유회 모습.

문화예술은 지역사회에 ‘함께 하는 즐거움’을 꽃 피웠다. 연대를 통해 발견한 새로운 가능성이 지리산 자락 농촌마을에 여성공동체 문화를 키워냈듯이 말이다.

2014년 남원 산내면에서 창립한 이후 다양한 여성주의 활동으로 시민들과 소통해온 ‘문화기획 달’은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북여성단체연합이 선정하는 ‘2020년 전북여성인권운동의 디딤돌’에 이름을 올렸다.

‘문화기획 달’의 구성원은 상상지기 ‘달리’, 행동지기 ‘이리’, 그림지기 ‘자정’ 등 3명의 활동가가 전부다. 이름하여 ‘달지기’. 문화기획 달의 사업을 운영하는 동료이자 공간‘살롱드마고’를 지켜온 친구같은 이들이다.

문화기획 달을 처음 만들고 지금까지 이끌어온 활동가 ‘달리’ 씨는 “지리산 농촌에 있는 작은 여성단체인데 전북지역에서 큰 관심을 가져줘서 굉장히 든든하다”면서 “6년간 활동해오며 다양한 상을 받았지만 지역에서 주는 상은 의미가 남다르다. 활동가들에겐 연대의식을 느끼게 하는 기회”라고 소감을 말했다.

문화기획 달은 지난해 지방 학교의 스쿨미투를 다룬 자료집 <변방의 목소리, 지방의 스쿨미투를 기록하다> 를 발간해 지역사회에 깊은 울림을 줬다. 사회와 학교에서 지워져버린 ‘스쿨 미투’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시도였다.

활동가들은 사건 당사자와 주변 사람들의 진실된 목소리를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2년여에 걸쳐 사례를 수집하고 피해자들을 만났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에서 프로젝트를 지지하는 후원도 잇따랐다. 남원과 전주 등에서 ‘변방의 목소리 공유회’를 열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스쿨미투가 단순히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지역사회가 그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건을 다르게 흘러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일을 기록해서 알리는 일이 필요하겠구나. 여러 가지를 깨닫게 된 시간이었죠.”

지역 내 페미니즘 캠페인과 성평등 교육은 문화기획 달의 주요 사업이다. 청소년 성교육 동아리를 지원하고 지역사회에 성평등이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6개월에 걸쳐 진행한 ‘성평등 연구 교사모임’에는 남원시내뿐 아니라 전북·경남 지역의 참여가 이어졌다. 성평등 교육에 관심을 갖고 고민해온 현직교사들은 남원을 찾아 토론의 장을 펼쳤다.

“전북지역은 전주를 중심으로 성평등 플랫폼과 네트워크가 형성돼있는데, 그런 움직임이 주변의 시·군과 면 단위까지는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컸어요. 전북에서 여성 오피니언 리더가 많이 나온다면 성평등 담론의 확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페미니즘 캠페인 ‘농촌 성문화 다시보기’는 농촌사회에서 세대와 이웃간의 갈등을 피하고자 덮어뒀던 불편함을 꺼내어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2016년 4월 살롱드마고에서 첫 만남을 갖고 여자들의 이야기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상에 대한 환기이자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지난날의 ‘나’에 대한 위로였을 터.

 

이밖에도 미술과 업사이클링, 실크스크린을 결합한 문화예술 교육사업 ‘블루밍 살림’을 통해 지역 여성들이 서로 소통하고 자아를 실현해나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했다.

2017년부터 진행한 ‘블루밍 살림’ 프로그램에서는 해마다 작품 전시회를 열어 교육의 성과를 선보였다. 또 지역 여성청소년을 위한 면생리대를 제작해 지원하고 산내면 마을지도를 제작하는 등 공익적인 활동도 함께 해왔다.

2018년 농촌에 거주하는 페미니스트 예술가와 창작자들과의 네트워크 활동을 담아낸 프로젝트 ‘농촌 게릴라 걸스’ 전시회는 전국을 비롯해 온라인 상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삶을 예술로, 예술을 일상으로”는 문화기획 달의 슬로건이자 정체성. 공간 살롱드마고는 지역주민을 위한 즐거운 놀이터로 자리해왔다. 문화기획 달이 공간 살롱드마고와 함께 농촌에 자리 잡을 수 있었던 힘은 지역 여성들의 지지와 연대에 있었다.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은 큰 강점이었어요. 산내면에는 공동체를 꿈꾸며 오는 귀농귀촌인들이 많았거든요. 청장년층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분들이 살롱드마고의 문을 두드렸죠. 누구나 이곳에서는 예술가이자 철학자가 될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단체로 출발해 성평등과 페미니즘 활동을 펼쳐온 문화기획 달은 최근 남원시청 부근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단체의 정체성과 지향점은 그대로다. 올해도 여성시 강의, 페미니즘 이슈다방, 청소년 성교육 동아리, 성교육 책 읽기 모임 등 지역사회 내 다양한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페미니즘과 접목해 나누기 위한 방식에 대해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살롱드마고가 자리를 옮긴 만큼 지역사회에서 여성의제를 발굴하기 위한 활동의 영역을 넓혀갈 생각입니다.”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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