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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무렵 ‘블루’에 심취…시간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

이흥재 사진작가, 전주서 개인전 ‘월광산수’ 이어가
전주한지에 인화…따뜻한 질감과 회화적 요소 극대화
한국전통문화전당 기획전시실서 21일까지 관객 맞이

11일 한국전통문화전당 3층 기획전시실에서 이흥재 사진작가가 자신의 전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11일 한국전통문화전당 3층 기획전시실에서 이흥재 사진작가가 자신의 전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세림 기자

전주의 작가가 전주의 풍경을 전주의 한지로 녹여내 보여준다면 어떨까.

지난 3~8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인전을 마친 이흥재 사진작가가 전주에 다시 한 번 ‘월광산수’를 풀어놓는다. 11~21일 한국전통문화전당 3층 기획전시실.

이번 전주 전시는 특별히 ‘한지로의 활용’이라는 기획으로 한국전통문화전당과 함께 꾸몄다. 전주와 완주에서 3대 째 이어가고 있는 전통한지공방에서 만든 전주 한지로 작품을 인화했다.

작품 자체로도 회화적 요소가 충만하지만 한지의 질감이 더해져 따뜻한 감성을 극대화한다. 전주의 작가가 전주의 풍경을 전주한지에 녹여낸 이유다.

이흥재 작가는 “지역성에 기반한 보편성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지역성이란 보편성이 담보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에는 전주, 구이, 불재, 안덕 저수지 등 지역 곳곳의 풍경이 담겨 있다. 전주 향교의 야경과 무성서원, 모악산의 여명이 회화인 듯 시선을 잡아끈다. 정읍구절초공원의 고즈넉한 정경과 안개 가득한 옥정호의 모습 또한 익숙한 듯 새로운 얼굴로 스며든다.

전영백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는 전시해설을 통해 “일상의 익숙한 것을 달리 보게 하는 요소는 다름 아닌 시간”이라며 “이흥재의 사진은 밤의 달빛과 새벽의 여명을 자연의 조명 삼아 은밀하고 고요한 풍경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원하는 밤하늘의 모습과 색을 그리는 시간은 오랜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보통 3시간까지 시간을 잡고 ‘매복’하듯 시간을 보냈다고. 자연이 아름다운 포즈를 취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넉넉한 마음은 이미 사진가의 덕목이 된 듯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고의 시간을 통해 완성한 작품에는 표면의 ‘풍경’과 내면의 ‘시간’이 공존한다. 모든 작품에 촬영 날짜와 시간을 표기해놓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우리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날씨의 변화를 볼 수 있는 날이라고 생각해요. 산벚꽃이 흐드러진 봄날의 저수지 풍경도 바람이 부는 날은 더욱 특별한 느낌을 주죠. 풍경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작품 분위기에 맞춰 전시장 조명도 어둡게 설정했다. 해질 무렵 사방에 어둠이 깔리고 밤안개가 자욱하게 빈 화면을 채우면 풍경은 하나가 된다. 월광산수와 작가의 내면이 수평을 이루는 순간이다.

특히, 해가 지고 난 후 촬영한 사진에는 먹을 입은 듯 신비로운 색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를 ‘여명의 블루’라고 칭한다. 이번 작업 전부터 경주 왕릉을 비롯한 고분의 밤을 보며 ‘블루’의 감성에 찬찬히 매혹됐다. 전영백 교수도 ‘달빛이 만든 음예(陰?)의 공간’이라는 표현으로 이흥재의 월광산수에 담긴 참 의미를 밝혔다.

이번 전시를 계기 삼아 이흥재 사진작가는 앞으로의 화두를 ‘시간과 시각’으로 정했다.

“겉으로는 풍경일지라도 이를 통해 시간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이 되겠지요.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이 반복되겠지만 그와 함꼐 변화하는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됩니다.”

김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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